비디오게임 즐기던 30대 한국계 청년, 월스트리트서 6조원 '벤처신화' 쓰다

입력 2015-06-19 21:03  

핏비트, 뉴욕증시 상장
첫날 주가 50%나 급등…제임스 박 CEO 6000억 자산가로

세계 웨어러블 시장 강자
스마트폰 낯설던 2007년 창업…나이키 제치고 애플과 맞짱

제임스 박 CEO의 도전
빌 게이츠처럼 하버드대 중퇴…창업 도전 세번만에 성공



[ 뉴욕=이심기 / 전설리 기자 ]
웨어러블(입는) 기기업체 핏비트의 미국 뉴욕증시 상장 첫날인 18일(현지시간). 주가는 공모가보다 50%가량 올랐다. 기업가치는 하루 만에 41억달러(약 4조5000억원)에서 60억달러(약 6조6000억원)로 치솟았다. 올 들어 뉴욕증시에 상장한 정보기술(IT)기업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데뷔였다. ‘애플을 위협하는 세계 웨어러블 시장의 강자’(파이낸셜타임스)란 평가를 받고 있는 핏비트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는 한국계 제임스 박(39). 비디오 게임을 좋아하는 청년 창업가였던 그는 창업 8년 만에 월가에서 ‘벤처 신화’를 쓰며 전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보유주식 가치만 6억달러(약 6630억원)에 달한다.

○닌텐도 게임기 ‘위’서 아이디어

하버드대 컴퓨터공학과를 중퇴한 제임스 박의 첫 직장은 모건스탠리였다. 누구나 선망하는 직장이나 그는 만족하지 못했다. 1년 만에 그만두고 창업에 나섰다. 핏비트는 그가 2007년 설립한 세 번째 회사다.

2007년 어느 날 제임스 박은 집에서 닌텐도 게임기 ‘위(Wii)’로 운동을 했다. 체중 관리를 위해서였다. 그러던 중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닌텐도처럼 동작을 감지하는 센서와 게임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웨어러블 기기를 만들어 팔기로 했다. 이듬해인 2008년 세계 최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콘퍼런스인 ‘테크크런치’에서 시제품을 소개하고 사전 주문을 받았다. 그는 주문량이 기껏해야 50개 안팎에 그칠 것으로 봤다. 예상은 빗나갔다. 2000여개의 주문이 밀려든 것이다.

제임스 박은 몇 달 안에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그러나 제품 개발 과정은 험난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인 그에게 하드웨어는 전혀 낯선 분야였다. 하드웨어 전문가와 제조업체를 섭외하기 위해 아시아 전역을 돌아다녔다. 핏비트는 2009년 말에야 주문자들에게 제품을 전달할 수 있었다.

○세계 웨어러블 기기 강자로 부상

최근 2년 새 스마트워치 스마트밴드 등 웨어러블 기기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나이키 등 패션업체는 물론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화웨이 샤오미 등 IT업계 공룡들이 대거 진출했다. 올 들어 애플도 가세했다.

그러나 2007년까지만 해도 스마트밴드는 매우 생소한 제품이었다. 2007년은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선보인 해다. 스마트폰조차 낯설던 시기다. 제임스 박은 “소비자는 물론 유통업체 등에 핏비트가 어떤 제품인지 이해시키는 것조차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였다. 덕분에 웨어러블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나이키 필립스 등 세계적으로 막강한 유통망을 갖춘 업체들이 속속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지만 핏비트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핏비트 스마트밴드 제품은 걸음 수와 이동 거리, 칼로리 소비량 등 기본적인 운동량뿐만 아니라 잠자는 동안 뒤척이거나 깨는 행동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 분석해준다. 핏비트의 작년 매출은 7억4540만달러로 전년 대비 세 배 이상 급증했다. 순이익은 1억3180만달러로 2013년 5200만달러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NPD그룹에 따르면 핏비트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68%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핏비트 샤오미 등의 주도로 웨어러블 기기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핏비트는 이번 기업공개를 통해 7억3200만달러(약 8100억원)를 조달했다. 제임스 박은 “기업공개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개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업체 인수 등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설리 기자/뉴욕=이심기 특파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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