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서 기자 ]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그리스 은행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다음주에 그리스 은행들이 문을 열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다고 밝히면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가시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은 그리스의 5개 대형은행에서 이번주 들어 모두 20억유로(약 2조5120억원)의 예금이 빠져나갔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8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회의에서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자 이날 하루에만 10억유로가 인출됐다. 이들 은행의 평소 하루 인출액은 2억~3억유로 수준이다. 그렉시트에 앞서 그리스 정부가 예금 인출을 제한하는 등 자본 통제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예금자들이 돈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는 유럽연합(EU) 등 국제 채권단으로부터 72억유로(약 9조원) 규모의 구제금융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돈이 없으면 이달 말 국제통화기금(IMF)에 15억유로를 갚지 못해 그렉시트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예금인출 사태가 가시화하면서 그리스 은행의 영업이 중단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ECB가 “그리스 은행들이 19일에는 문을 열 수 있겠지만 주말 이후인 22일에는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은행들은 자체적인 자금조달 방안이 막혀 ECB로부터 긴급유동성 지원을 받아 겨우 버티고 있다. 다만 ECB가 19일 오후 긴급유동성 추가 지원 방침을 밝히면서 영업 중단 우려는 다소 줄어들었다.
EU 정상들은 22일 그렉시트를 막기 위해 긴급회의를 열고, 25일부터 이틀간 다시 만날 예정이지만 타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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