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수교 50주년-일본 속의 한국기업] 일본 모바일 메신저 휩쓴 '라인의 기적'

입력 2015-06-19 22:13  

한국 IT업체 속속 진출

일본 스마트폰 이용자 90% 사용
김기사·배달의 민족 등도 도전



[ 도쿄=서정환 기자 ]
도쿄 시부야에 사는 35세 다카스키 게이코. 그는 늘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끼고 산다. 집에서 나와 아카사카에 있는 회사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는 ‘라인 뮤직’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라인 게임을 즐긴다. 거래처에 가기 위해 택시를 이용할 때는 ‘라인 택시’를 호출한다. 승차 위치만 지정하면 차가 달려오고, 결제도 간편 결제시스템 ‘라인 페이’로 뚝딱 할 수 있다. 고객과의 점심 장소 예약은 ‘라인 지금 예약 서비스’로 가능하다.

일본인 중 라인에 푹 빠져 사는 사람은 다카스키뿐만 아니다. 라인은 일본의 국민 메신저다. 스마트폰 이용자 10명 중 9명이 라인을 이용한다. 라인의 성공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지진이 터지자 모든 통신수단이 끊어지면서 가족 친구들과 연락할 핫라인이 필요했다. 당시 NHN재팬(현 라인(주))은 모바일 메신저를 기획한 지 한 달 반 만인 2011년 6월23일 라인을 선보였다.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13개월 만에 가입자 수?5000만명을 넘은 데 이어 19개월 만에 1억명을 돌파했다. 작년 7월 말 4억9000만명을 끝으로 가입자 수를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5억명을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보고 있다.

라인의 성공 비결로 ‘스피드’가 꼽힌다. 개발 기간뿐 아니라 초기에 TV광고로 시장을 장악했다. 이용자의 마음도 제대로 읽었다. 기존 인터넷이 ‘모르는 사람과 어떻게 이어주나’에 집중했다면 라인은 소중한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 귀여운 스티커를 좋아하는 10대, 20대 일본 여성을 대상으로 캐릭터 스티커를 개발해 이용자를 끌어들였다. 지난해 라인 매출 863억엔 중 80%가 일본에서 발생했다.

라인의 대성공으로 한국 모바일서비스의 일본 진출도 잇따랐다. 일본 투자회사들이 한국의 모바일 서비스에 주목하면서 자금을 넣고 공동으로 일본 시장 확대에 나선 것이다. 내비게이션 서비스 ‘김기사’를 운영하는 록앤올은 일본 DeNA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일본판 김기사인 ‘나비로’를 지난달 28일 공개했다. 커플앱으로 유명한 ‘비트윈’을 서비스하는 VCNC도 지난해 DeNA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일본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 밖에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 드라마앤컴퍼니의 명함관리앱 ‘리멤버’ 등도 사이버에이전트와 손잡고 일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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