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올 10억弗 몰려…한국은 80%가 결제 그쳐
[ 박동휘 기자 ] ‘핀테크 전쟁’의 1차전은 애플페이 구글페이 알리페이 등에서 보듯 모바일결제 영역에서 촉발됐다. 그렇다면 2차전은 어떤 분위가 될까. 금융서비스 각 분야로 확산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핀테크(금융+기술)기업 지그나이트의 스테판 듀보이스 창업자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핀테크 분야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시장 상황 및 개인별 특성에 따라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로봇자산관리”라며 “올해 처음으로 투자 규모가 1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핀테크에서 자산관리 분야를 주목하는 이유는 전통적으로 금융회사가 독점해온 영역으로, 거꾸로 개척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핀테크 기업들은 자산관리 분야를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만 그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소비자들이 알 수 없었던 상자라는 의미에서 ‘블랙박스’로 지칭하며 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큰손들도 로봇자산관리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런베스트 같은 온라인 자산관리회사는 그들만의 알고리즘을 활용,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자동적으로 재조정해 이를 가입자에게 보여준다. 2013년 6월에 등장한 핀테크기업 모벤은 이용자의 계좌잔액을 거래 때마다 확인하고 지출 패턴을 분석, 관리하도록 하는 서비스를 내놨다.
업계에서는 “아직은 지출항목 자동관리 정도의 기능만 제공하지만 향후엔 동일집단 비교, 금융 소비자 각각을 위한 맞춤형 상품 추천, 재무 예측 등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바탕은 광범위한 빅데이터 분석이다. 빅데이터 분석회사인 퀀텀플레이트는 세계 보험사들이 데이터 가공에 애를 먹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리스크 모델을 만들고 자산을 운용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 가공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자산관리가 새로운 핀테크 영역으로 떠오르면서 기존 은행들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도이치뱅크는 연기금, 은행, 보험, 자산운용사 등 고객 자산을 굴려 수익률을 올려야 하는 기관투자가뿐만 아니라 개인 거액 자산가들을 위한 로봇자산관리 플랫폼을 자체 개발했다. 예컨대 보험사 등이 고객의 비식별 정보를 도이치뱅크 측에 제공하면 이를 토대로 원금 손실 없이 일정 수익률을 보장하는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핀테크시장이 이처럼 세분화되고 있는 데 비해 국내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핀테크기업은 대략 100개 정도”라며 “그중 80%가량이 지급결제에 몰려 있고, 나머지는 P2P대출과 크라우드펀딩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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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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