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D뱅크의 '시간 마케팅'
온라인 '4초내 응답' 서비스…'디지털 원주민' 잡기 총력
4년 만에 수익 50% 급증
독일 피도르의 '저비용 혁명'
핵심 집중, 나머지는 아웃소싱…30만 고객 관리, 직원 39명뿐
웰스파고 등도 핀테크 투자
[ 박동휘 기자 ]
자산 기준 세계 19위 은행인 캐나다 토론토도미니언(TD)뱅크는 지난 5월 TD헬프라는 새 서비스를 내놨다. 소비자가 모바일 메신저와 문자로 각종 불편이나 궁금한 점 등을 문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4시간 가동하는 이 서비스는 ‘4초 내 응답 체계’를 갖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모바일에 익숙한 ‘디지털 원주민’들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핀테크(금융+기술)가 가져온 다양한 변화 가운데 전문가들은 금융서비스가 소비자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점을 첫 번째로 꼽았다. 당장 공급자 중심의 ‘영업시간’ 개념도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SNS 공간을 선점하라
TD뱅크는 2010년부터 영업시간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으로 성공을 거뒀다. 이 은행은 휴일 없이 운영하고, 저녁 무렵까지 문을 연다. 루디 산코빅 TD뱅크 수석부사장은 “캐나다의 다른 은행보다 영업시간이 평균 45% 길다”고 말했다. 오후 4시면 문을 닫는 한국 은행들에 비해 훨씬 소비자 지향적이다. 덕분에 TD뱅크의 지난해 순이익은 81억캐나다달러(약 7조3419억원)로 2010년보다 55% 증가했다.
요즘 TD뱅크는 매일 문을 여는 오프라인지점 전략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고 있다. 캐나다 인터넷전문은행인 탠저린뱅크(옛 ING다이렉트 캐나다법인) 등의 시장 확대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TD뱅크는 인터넷은행의 소셜뱅킹 전략을 벤치마킹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서 소비자를 직접 만나기 위해 ‘TD헬프’ ‘TD라이브채팅’ 등의 서비스를 내놨다. 오프라인 지점과 기존의 전화, 인터넷을 넘어 페이스북 등 SNS 공간에 주로 머무는 디지털 원주민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또 하나의 채널을 추가한 것이다.
핀테크 핵심은 저비용
인터넷은행과 핀테크기업들은 저비용 혁명을 앞세워 기존 금융회사의 영역을 조금씩 빼앗고 있다. 2009년 설립된 독일 인터넷은행인 피도르은행은 30만개를 웃도는 계좌를 확보했지만 임직원 숫자는 39명에 불과하다. 39명의 임직원이 30만 고객을 관리한다는 의미다.
피도르은행은 차별화할 수 있는 부문에만 역량을 집중하고, 다른 은행과 차별화할 수 없거나 규격화가 가능한 영역은 아웃소싱으로 해결하고 있다. 예컨대 해외 송금을 위해 핀테크기업 커런시클라우드와 제휴하고 있다. 핀테크 전문 벤처캐피털인 앤서미스의 나딤 샤이크 창업자는 “직원 한 명에 투입하는 전산 등 IT 관련 비용을 보면 전통 은행은 200달러 정도인 데 비해 핀테크 기업들은 이를 15달러 수준으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전통 금융회사들은 큰 도전에 직면했다. 10분의 1에 불과한 해외송금 수수료만 받겠다는 핀테크기업이 나오는 만큼 수수료 인하 압력을 피하기 어렵다.
신규 진입자들의 거센 도전을 맞아 대형 금융회사들도 절치부심하고 있다. 영국 바클레이즈는 작년 3월 엑셀레이터라는 프로그램을 내놓고 핀테크 분야 초기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기술 발전을 선도하면서 협력 가능성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서다. 바클레이즈는 이미 50여개국에서 참가한 약 300개 업체 중 11곳을 골라 5만~10만달러의 투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핀테크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 중엔 P2P(개인 간) 주택담보대출 플랫폼 등의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웰스파고도 지난해 8월 샌프란시스코에 이노베이션랩(혁신실험실)을 설립해 핀테크업체를 키우고 있다. 웰스파고로부터 600만달러를 지원받은 아이베러파이는 본인 인증 방식을 안구 사진으로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토론토·런던=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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