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효 기자 ]
가나 사람들은 닭고기광(狂)이다. 닭고기를 주식으로 삼고 있을 정도다. 이영규 아이디온 사장(52)은 현지에서 닭튀김으로 글로벌 기업 KFC와 맞짱을 뜨고 있는 당찬 한류 기업인이다.
이 사장의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피터팬’이다. 현지에 다섯 개의 점포를 두고 있다. 역시 다섯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KFC와 같다. 둘 다 ‘가나 최대 치킨 프랜차이즈’라고 홍보한다. 하지만 전세가 피터팬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이 사장은 자신한다. 현지인 직원들도 “KFC 점원이 몰래 피터팬에 와서 먹고 간다”며 “손님들도 일단 피터팬에 오면 다시 KFC로 돌아가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피터팬의 점포당 하루평균 매출은 1000달러. 잘될 땐 연매출이 180만달러를 넘기도 한다. 이 사장은 가나 매장 수를 20개로 늘리고 인근 코트디부아르에도 진출할 생각이다.
피터팬이 KFC라는 글로벌 ‘골리앗’과 맞짱을 뜰 수 있었던 비결은 ‘선점’과 ‘맛의 현지화’ 덕분이다. 피터팬과 KFC는 2011년 가나에서 거의 동시에 문을 열었다. 그 전까지 가나에서 닭요리 방법은 숯불구이 아니면 찜밖에 없었다. 바삭한 튀김옷을 입힌 피터팬의 프라이드 치킨은 가나인을 열광시켰다.
세계 54개국에 진출한 KFC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모로코 이집트에 이어 그해 가나에 문을 열었다. 치열한 출혈경쟁의 시간을 지냈다. 그러나 현지인 입맛을 고려한 피터팬의 맛이 가나인의 발길을 더 잡아끌고 있다.
이 사장은 원래 엔지니어였다. 고려대 경영학과(81학번)와 KAIST 경영공학과(88학번)를 졸업한 뒤 고객관리시스템(CRM)을 개발했다. 그러다 코스닥 상장사 MPC를 설립했다. 2001년 지분을 팔고 새로운 인생 길을 찾았다. 그때 전자주민등록 사업 참여차 가나에 왔다가 가나 치킨시장의 가능성을 알게 됐다. 한국의 닭튀김이면 가능성이 있겠다 싶었다. 바로 한국에서 이름난 치킨 집들을 찾아다니며 조리법을 배웠다. 그는 “피튀기는 한국 치킨집들의 처절한 생존비법으로 만든 피터팬의 닭튀김이 어떻게 천편일률적인 맛으로 승부하는 KFC에 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아크라(가나)=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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