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창동 기자 ] “20년간 한식 외식사업의 외길을 걸어오면서 터득한 노하우로 프리미엄 한식뷔페를 만들어냈습니다. 2013년 1월 경남 창원에서 시작한 한식뷔페가 붐을 일으키자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한 것이지요.” 정인기 대표(54·사진)는 지난 2년여간 한식시장에서 일어난 엄청난 변화를 돌아보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식뷔페 ‘풀잎채’를 선보이며 무명의 중소 외식기업 최고경영자(CEO)에서 일약 외식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정 대표는 풀잎채의 인기비결에 대해 “편리함, 깔끔함, 저렴함 등 세 가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국 소비자들은 패밀리레스토랑의 편리함과 깔끔함, 친절한 서비스를 경험했지만 ‘과도한 비용’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고급 한정식집도 가격이 너무 비싸 대중화에 실패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정 대표는 “고급 한정식 매장 개념을 중심으로 하되 서빙하지 않고 샐러드바 형태로 풀어놓고 가격을 대폭 낮춘다면 합리적인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회고했다.
이런 시도는 외식시장에서 그대로 적중했다. 2013년 1월 경남 창원의 롯데백화점 식당가에서 처음으로 샐러드바 형태의 프리미엄 한식뷔페를 선보였고, 곧바로 대박을 쳤다. 이어 7월에는 CJ푸드빌의 ‘계절밥상’이 생겨났다. 풀잎채 분당점과 계절밥상 판교점의 인기는 주부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서 화제가 됐다. 이듬해 이랜드의 ‘자연별곡’, 신세계의 ‘올반’ 등이 경쟁에 가세했다. 한식뷔페가 맹위를 떨치면서 패밀리레스토랑은 급작스레 부진의 길로 접어들었다.
정 대표는 풀잎채 출점을 가속화하기 위해 본사와 투자자가 공동 투자하는 방식으로 매장을 개설, 투자형 창업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중산층 창업희망자의 공동 투자형 아이템으로 각광받게 된 것이다. 백화점의 식당가, 쇼핑몰 등 특수상권의 330~660㎡ 매장을 중심으로 점포당 투자자 3~4명과 본사가 공동 투자하고, 운영은 본사 전문 매니저가 담당하는 방식이다. 정 대표는 “투자금액의 연평균 수익률이 30%가 넘는다”며 “문을 연 점포가 25개인데, 연말께는 40개에 달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정 대표는 1997년 ‘민속 두부마을’을 시작으로 두부요리전문점인 ‘두란’(2005년), 세미한정식인 ‘풀잎채 한상’(2007년), ‘풀잎채 두부사랑’(2008년), 족발전문점인 ‘옹고집’(2009년) 등 10여개 한식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20여년간 한식업 한 우물을 파왔다. 정 대표는 “지금 한식뷔페 시장이 커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앞으로 한식뷔페가 지향해야 할 것은 메뉴 차별화에 그치기보다 매장 콘셉트를 통째로 차별화하는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회사의 급성장에 따라 자사 직원들에 대한 동기부여에 바짝 신경쓰고 있다. 분기별로 매장의 품질, 서비스, 위생, 매출 등을 다면적으로 평가해 최대 2000만원까지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매장별로 한 달에 한 번 동료 직원이나 손님들의 평가에 따라 우수직원을 뽑아 포상하기도 한다. 정 대표는 “직원과 고객의 만족도는 정비례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직원 만족도가 올라가면서 매출도 자연스레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직원과 고객, 투자자들의 행복은 셋이 아니라 하나란 경영철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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