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등 1타 차로 제치고 우승 상금 180만弗 벌어
[ 최만수 기자 ]
아널드 파머, 잭 니클라우스, 벤 호건, 크레이그 우드, 타이거 우즈….
22세의 신예 조던 스피스(미국)가 ‘골프의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들 다섯 명처럼 한 시즌에 마스터스와 US오픈을 연이어 제패하는 위업을 달성한 것이다. 메이저 2연승을 거둔 스피스는 ‘한물간 골프 황제’ 우즈를 대신할 미국 골프의 스타로 떠올랐다.
스피스는 22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유니버시티플레이스의 체임버스베이CC(파70·7384야드)에서 열린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제115회 US오픈(총상금 900만달러)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에 보기 1개, 더블 보기 1개를 묶어 1타를 줄였다.
합계 5언더파 275타를 기록한 스피스는 더스틴 존슨(미국), 루이 우스트히즌(남아프리카공화국)을 1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180만달러(약 19억8000만원). 올 시즌 첫 번째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남자 골프 세계랭킹 2위까지 오른 스피스는 US오픈까지 제패해 ‘차세대 골프 황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대항마로 자리를 굳혔다.
또 이날 만 21세10개월25일을 맞은 스피스는 1923년 보비 존스 이후 최연소 US오픈 우승자이자, 1922년 진 사라센 이후 최연소 메이저대회 2승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네 명의 공동 선두 중 한 명으로 출발한 스피스는 1번홀(파4)부터 보기를 하면서 선두그룹에서 이탈해 끌려다니는 경기를 했다. 하지만 스피스는 경쟁자들이 타수를 줄이지 못하는 사이 차근차근 버디를 잡아냈다. 16번홀(파4)에선 둔덕을 넘겨야 하는 까다로운 라인에서 버디를 잡아내 2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섰다.
우승을 눈앞에 둔 스피스는 17번홀(파3)에서 큰 위기를 맞았다. 티샷을 깊은 러프에 빠뜨린 뒤 짧은 보기 퍼트마저 놓쳐 한꺼번에 2타를 잃은 것. 하지만 그는 냉정하고 침착했다. 18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으로 그린을 공략한 뒤 가볍게 버디를 잡아내 1타 차 선두로 경기를 끝내고 클럽하우스에서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기다렸다.
경기를 끝내지 않은 선수 중 가장 강력한 도전자는 챔피언조의 존슨이었다. 존슨은 17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 스피스를 1타 차로 추격한 뒤 18번홀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이 홀에서 버디를 잡으면 연장전, 이글을 잡으면 우승이었다. 존슨은 250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을 홀 4m 부근에 떨어뜨려 갤러리들을 열광시켰다. 역전 드라마를 쓰는 듯했지만 볼은 야속하게 홀을 빗나갔다. 첫 메이저 타이틀에 대한 압박감 때문이었을까. 1.2m를 남기고 친 버디 퍼트마저 홀을 외면했다. 스피스는 “연장전에서 다시 싸울 줄 알았는데 더스틴에게는 불운이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매킬로이는 뒤늦게 맹타를 휘두르며 4타를 줄였지만 공동 9위(이븐파 280타)에 머물렀다. 브랜든 그레이스(남아공)는 스피스와 동반 플레이를 펼치며 우승을 노렸지만 16번홀(파4)에서 친 티샷이 아웃오브바운즈(OB)가 되면서 공동 4위(3언더파 277타)에 그쳤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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