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구두 공습에 소다·탠디마저 '휘청'

입력 2015-06-22 21:23  

위기의 토종 구두업체

고가 수입구두 잇단 상륙…눈 높아진 소비자 사로잡아

할인·기획전 안주하던 소다, 매출만 신경쓰다 브랜드 타격
금강, 고급 수제화로 돌파구



[ 임현우 기자 ] 토종 구두 브랜드 소다와 탠디는 한때 구두시장에서 ‘무서운 아이들’로 꼽혔다. 2000년대 후반 백화점에서는 금강제화와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할 정도였다. 하지만 두 브랜드는 최근 기세가 푹 꺾인 모습이다. 소다의 매출은 2002년 368억원에서 2012년 1099억원까지 급증했으나 이후 해마다 줄어 작년에는 930억원까지 떨어졌다. 탠디도 지난해 매출이 사상 처음 감소하며 전년 대비 4.8% 적은 955억원에 그쳤다.

토종 구두업체들의 입지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구두시장 전체 규모가 위축된 데다, 저가와 고가로 양분화되는 시장 구도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권정은 롯데백화점 바이어는 “딱딱한 정장과 구두 대신 편안한 캐주얼과 운동화를 많이 찾는 게 세계적 흐름”이라며 “드레스화(정통 구두)보다는 스니커즈나 슬립온 같은 편안한 신발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의 일명 ‘살롱화’로 전성기를 누렸던 소다의 경우 ‘저가(低價)의 덫’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백화점에서 경기 불황으로 손님이 줄자 매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저가 기획상품을 쏟아내기 시작했다”며 “판매량은 유지했지만 기존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유통업체들이 수입 구두 매장을 늘리는 것도 토종 구두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고급 여성 구두와 핸드백을 모은 편집매장 ‘힐앤토트’를 2006년 본점 에비뉴엘을 시작으로 부산 센텀시티점, 부산본점과 경기 분당점 등에 들여놨다. 현대백화점이 2013년 서울 압구정본점 2층에 문을 연 수입 구두매장 ‘슈즈H’는 매년 15% 안팎의 매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피에르 아르디, 맥나니, 지안비토 로씨, 타비타 시몬스 등 유럽 고가 브랜드를 직접 수입 판매하고 있다.

토종 구두업체의 어려운 상황은 소다와 탠디만의 얘기는 아니다. 업계 1위 금강제화의 매출도 2013년 3485억원에서 2014년 3268억원으로, 에스콰이아는 1562억원에서 1124억원으로 줄었다. 15만~25만원 안팎의 어정쩡한 가격으로 ‘상품권 장사’에 의존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이들 업체는 최근 고급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금강제화는 고급 수제화 브랜드 ‘헤리티지’를 키우고 있다. 가격이 30만~50만원대인 헤리티지는 금강제화 소속 구두장인 60資?수작업으로 만든다. 기존 금강제화 제품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싸지만, ‘나만의 특별한 구두’를 찾는 30·40대가 몰리면서 올 1분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4% 늘었다.

법정관리를 받다가 최근 패션그룹형지에 인수된 에스콰이아도 강도 높은 쇄신에 들어갔다. 강수호 에스콰이아 대표는 “실적이 나쁜 매장은 정리하고 판매망을 백화점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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