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앞두고 중국기업 샘플 주문 두 배 늘어"

입력 2015-06-22 21:36   수정 2015-06-24 10:03

한·중 FTA 발효 임박…관세 인하 기대감에 바빠진 中企

산업용 집진기 생산 에어텍21
관세 철폐 임박…中 수요 급증

임플란트·주방용기 제조사 등
中 현지법인 세워 직접 공략

화장품 등 '逆직구'도 활발



[ 심성미 기자 ]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앞두고 중국 바이어 주문이 지난해보다 두 배로 늘었습니다.”

산업용 집진기 중소업체 에어텍21의 이종락 대표는 올 들어 ‘물건을 받아보고 싶다’는 중국 바이어 전화를 일곱 통 받았다. 모두 지난해 이 대표가 견적서를 보냈던 업체들이었다. “작년에 중국 바이어 열 곳에 회사 소개서와 견적서를 보냈지만 답장을 한 통도 못 받았어요. 그런데 지난해 11월 한·중 FTA가 타결된 이후에 견적서를 보낸 업체 열 곳 중 일곱 곳에서 ‘계약을 검토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한·중 FTA가 국회 비준을 마치고 발효되면 산업용 집진기에 대한 관세 5%가 즉시 철폐돼 중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 갑자?중국 바이어들의 관심이 높아진 이유다. 환경오염으로 골머리를 앓는 중국이 최근 강도 높은 환경정책을 쏟아내면서 집진기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도 도움이 됐다.

이 대표는 일곱 곳 중 세 곳과 오는 25일 계약을 맺는다. 총 계약 규모는 약 60만달러. 지난해 에어텍21의 중국 수출 실적과 맞먹는 금액이다. 이 대표는 “나머지 네 곳과도 조만간 4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며 “올해 중국 매출은 지난해의 두 배를 웃도는 150만달러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어텍21처럼 한·중 FTA를 지렛대 삼아 수출 기회를 넓히는 중소·중견기업들이 늘어가고 있다. FTA 체결로 인한 관세 인하 효과, 통관 서비스 간소화 등 이점을 기대하고 한국 제품을 찾는 중국 바이어들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도 본격적인 중국 공략에 나섰다. 인공치아(임플란트) 제조업체 메드파크는 이달 초 중국에 법인을 차렸다. 박정복 대표는 “소비 여력이 높아지면서 임플란트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판단해 중국 법인을 따로 설립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임플란트를 중국에 수출할 때 붙던 4%의 관세가 FTA 발효 이후 5년 내 철폐된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50만달러의 매출을 올린 이 회사는 올해 중국 시장 매출 목표를 100만달러로 두 배 높여 잡았다.

주방용 유리제품 제조업체 글라스락 역시 지난 4월 중국에 현지 판매법인을 세웠다. 주방용 유리제품을 수출할 때 붙는 10%의 관세는 1년에 1%씩 10년에 걸쳐 인하된다. 권재용 팀장은 “현재 1000억원가량으로 추정되는 중국 유리 보관용기 시장이 4~5년 뒤엔 다섯 배가량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플라스틱 용기보다 유리 용기로 선호도가 옮겨가고 있는 데다 한·중 FTA로 인한 단가 경쟁력까지 생겨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중 FTA로 통관 절차도 간소화된다. 권 팀장은 “통관 시간이 길어질수록 창고 저장비, 운송비 등 처리 비용이 늘어나는데 서비스 간소화로 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소비자가 온라인을 통해 한국 제품을 직접 주문해 배송받는 ‘역직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정부가 한·중 FTA를 계기로 온라인 업체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중국과 해상배송 간이통관 시스템을 구축해 물류비를 30% 이상 절감하도록 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화장품 유통업체 신화코스메틱은 국내 중소 화장품업체 제품을 최근 온라인에서 팔기 시작했다. 김상용 대표는 “4월에 한국 직구몰을 오픈해 9500원짜리 한국 치아미백제를 팔기 시작했는데 두 달여 만에 3만여개가 팔렸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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