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등으로 접근 쉽고 판돈 제한 없어 고액 베팅
도박 경험자 10% 청소년층
"불법도박에 대한 수요를 합법시장으로 돌려야"
[ 유정우 기자 ]
강동희는 한국 농구사에 큰 획을 그었던 인물이다. 2011년 불법 스포츠토토 브로커로부터 4700만원을 받고 주전 대신 후보선수를 기용하는 방식으로 승부 조작에 가담하기 전까지 말이다. ‘강동희 파문’이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프로농구계에서 명장으로 꼽히는 전창진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이 승부조작 의혹에 휩싸였다.
농구계를 강타한 승부 조작 논란에 야구, 축구, 배구 등 프로 스포츠계는 앞다퉈 경각심 고취에 나섰다.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한국야구위원회는 연맹과 각 구단의 상황을 체크하느라 분주했다. 한국배구연맹은 아예 전 구단 선수를 소집해 ‘부정방지 교육’을 주제로 긴급 워크숍을 열었다.
이번 사건은 정부가 지난해부터 스포츠 분야의 ‘4대 악’을 뿌리 뽑기 위해 진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어난 것이어서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스포츠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가치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스포츠의 사회적 순기능 자체가 훼손됐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사람들은 왜 합법시장을 두고 불법 스포츠도박에 빠질까. 익명을 요구한 20대 후반의 한 불법 스포츠토토 이용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휴대폰으로 불법 스포츠베팅 사이트에 접속해 경기 정보를 검색해도 그저 경기기록 사이트나 스포츠 중계를 보고 있구나 생각할 뿐 주위의 어느 누구도 관심 갖는 사람이 없다. 거리낌이 없으니 나조차도 통상적인 스포츠 게임을 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스포츠의 대중적 특성이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지 못하게 할 만큼 경각심을 희석시킨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불법 스포츠도박에 참여하는 청소년층의 유입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법 도박 경험자 가운데 10% 이상이 청소년이다.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하는 도박 유형은 온라인 스포츠 도박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KISA)이 2013년 발표한 인터넷중독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불법 도박을 접해본 청소년(15~19세)은 전체의 7.8%로 나타났다. 전 연령대 평균(6.4%)보다도 높다. 합법적 스포츠토토는 축구나 야구 농구 등 스포츠 경기 결과를 예측해 베팅한 뒤 실제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별로 배당금을 받는다. 하지만 스포츠도박은 연령대와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데다 판돈 제한도 없어 고액 베팅을 통한 도박의 ‘묘미’와 ‘한탕주의’ 유혹을 떨치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불법 스포츠 도박 근절의 해법을 시장경제 논리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영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사감위의 자료를 보면 국내 불법 스포츠도박 시장 규모는 약 7조6102억원으로 추정되는데 같은 해 합법적인 스포츠토토 매출이 2조6000억원으로 불법시장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엄연한 합법시장을 두고 왜 불법을 저지르는지 그 해법을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인 수요와 공급 차원에서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합법적인 스포츠토토가 도박과 다른 점은 중계나 분석 등 연계사업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스포츠토토 이용자들이 중계방송과 DB사업(기록분석), 프로구단 사업 등의 주고객이란 점에서 일반적인 도박과 다른 ‘베팅 비즈니스’의 일환으로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원희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은 “국내에선 인터넷 사용 환경이 뛰어나 스포츠 베팅사업의 불법시장 규모가 해마다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불법도박에 대한 수요를 합법적 영역으로 돌릴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며 “불법을 줄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합법시장을 넓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정우 문화스포츠부 기자 see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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