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문제가 최대 변수
정부 "정상회담 여건 조성 중요"…'8월 담화' 앞둔 아베 압박
일본과 치열한 수싸움 예고
세계문화유산 등재 협상 고리로 위안부 문제 등 해결 모색
[ 전예진 기자 ]
수교 50주년 축하 파티를 성대하게 치른 한국과 일본이 다시 전략 싸움에 들어갔다. 양국 정상들이 서로를 향해 미래지향적인 메시지를 던졌지만 과거사 문제에선 여전히 인식 차이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한·일 관계가 갑작스러운 화해 분위기로 흘러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박근혜 대통령의 전날 축사에 대해 “‘짐을 내려놔야 한다’와 ‘내려놓을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한다’는 표현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언론에서 “과거사의 짐을 내려 塚?rdquo;로 보도한 것을 정정한 것이다. 그는 “(과거사를) 무조건 내려놓자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본뜻이 잘못 전달될 수 있다”며 “양국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아직 미진한 부분이 있는 것이라고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과거사 해결을 위해 일본의 태도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뜻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일 관계에 봄이 찾아온 것 같은데 얼어붙은 강물은 아직 녹지 않았다”고 했다.
청와대가 민감하게 반응한 배경에는 한·일 관계가 급격하게 개선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일본과 과거사 문제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과거사 문제 해결 없이 일본과 마주하지 않겠다’는 박 대통령의 원칙이 무너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은 수교 50주년 행사 뒤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제기하며 적극적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태평양전쟁 오키나와 전투 전몰자 추도식에 참석해 “(한·일) 관계 개선의 움직임을 살려 일·한 정상회담으로 연결해 양국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다”며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우리 정부는 정상회담을 위한 여건 조성을 강조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선 열린 입장”이라면서도 “이를 위해 국교 정상화 50주년이라는 뜻깊은 해에 남은 현안들의 진전을 토대로 양국 관계의 선순환적 구조를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피해자와 국제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莫?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1965년 이래 일본 내각이 채택해온 역사인식이 그대로 계승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아베 총리가 오는 8월 담화에서 무라야마 담화 등 역대 내각이 밝혀온 올바른 역사인식을 담아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문제 해결을 계기로 한·일 관계의 선순환 고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양국은 이날 일본에서 3차 양자협의를 하고 세계유산에 강제징용 사실을 등재하는 문제에 대해 협의했다.
그러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다음달 일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어서 한·일관계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들은 일본이 문제 해결에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경우 2000만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미국 샌프란시스코 법원에 제기할 예정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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