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방위 균형 발전
기존 보잉 전략 계속 추진"
[ 이심기 기자 ] 미국 재계에서 또 하나의 ‘인턴 성공신화’가 탄생했다.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은 23일(현지시간) 새로운 최고경영자(CEO)에 데니스 뮬런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51·사진)를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뮬런버그는 21세이던 1985년 보잉에 인턴으로 입사해 30년간 회사를 옮기지 않고 한우물을 판 항공 엔지니어링 분야 베테랑이라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다음달 1일부터 CEO를 맡는 그는 2013년 12월 COO에 임명되면서 일찌감치 제임스 맥너니 현 CEO의 강력한 후계자로 떠올랐다.
맥너니가 지난해 의무퇴직 정년인 65세가 된 뒤에도 자리를 유지하면서 창립 100주년이 되는 내년까지는 경영진에 변동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번에 뮬런버그로 전격 교체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뮬런버그가 차기 주자라는 점은 분명했지만 이날 인사는 예상보다 빠른 교체라고 전했다.
아이오와주립대에서 항공우주공학 학사를 마치고 보잉에 들어온 뮬런버그는 입사 후 15년 동안 여객기와 방위사업부문 프로그램 매니저를 맡으며 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COO에 오르기 전에는 보잉의 핵심사업인 방위·우주·보안(BDS)부문 대표를 맡아 보잉을 록히드마틴에 이어 세계 2위 방위산업체로 성장시켰다.
맥너니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뮬런버그는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갖춘 것은 물론 회사와 직원 모두에 남다른 열정이 있는 지도자”라며 “보잉의 또 다른 100년을 책임질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보잉 CEO직을 10년간 맡았던 맥너니는 내년 2월 은퇴 전까지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할 예정이다.
종업원 16만5000여명을 거느린 보잉의 열 번째 CEO가 되는 뮬런버그는 WSJ에 “나는 이번 인사를 세대교체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보잉의 기존 전략을 유지하면서 속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보잉의 민간 상용항공기 부문과 우주방위산업 간 균형 및 협력을 강조하는 ‘원(One) 보잉’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이라고 외신은 해석했다.
뮬런버그처럼 인턴으로 입사해 CEO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은 지난해 1월부터 GM을 이끌고 있는 메리 배라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자동차업체 최초의 여성 CEO인 배라는 18세에 엔지니어링 인턴으로 GM에 입사한 뒤 디트로이트공장에서 현장매니저로 근무했다.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그는 생산직을 거쳐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은 뒤 인적 자원과 글로벌 생산개발부문 대표를 맡아 성과를 내면서 CEO가 됐다.
최근 타계한 월가의 대표적 ‘딜메이커(deal maker)’인 제임스 리 JP모간체이스 부회장도 인턴으로 경력을 시작했다. 그는 1975년 JP모간 전신인 케미컬은행에 인턴으로 입사, 40년간 월가의 대형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를 도맡았다.
이 밖에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도 17세 때인 1963년 유니버설스튜디오 인턴으로 영화회사와 인연을 맺었으며,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방송인 중 한 명인 오프라 윈프리는 CBS 제휴사인 테네시주 내시빌의 한 지역 방송사에서 인턴으로 경력을 시작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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