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용표 장관 '가리워진 길' 언급 "현재 남북관계 같다" 답답함 토로

입력 2015-06-24 22:37  

정부 CEO 24시


[ 김대훈 기자 ]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 노래를 최근 퇴근길에 들었는데, 마치 현재 남북관계 같았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사진)은 지난 23일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이같이 말했다.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했지만 북한이 응하지 않고 있어 답답한 마음을 나타낸 것이다. 홍 장관은 노래 말미의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이란 가사를 언급하면서는 “북한과 ‘의미 있는’ 만남을 꼭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홍 장관은 지난 21일로 장관 자리에 오른 지 100일째를 맞았다. 집권 3년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에 돌파구 역할을 하기를 주문받았으나, 녹록지 않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 이후 나온 5·24 제재 해제를 대화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정부는 5·24 제재원칙을 훼손하면서 북한과 마주앉을 수는 없다. 홍 장관은 취임 뒤 간부들에게 “현 남북관계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 사이엔 간격이 매우 크다. 그 사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찾아보자”고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북한은 ‘공화국 정부 성명’을 통해 “북남 사이에 신뢰하고 화해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당국 간 대화와 협상을 개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당시 통일부는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부당한 전제조건을 달지 말라’고 북한에 요구했다. 홍 장관은 북한 성명에 대해 “오랜만에 막말하지 않고, ‘대화’를 언급한 점은 반갑다. 그런데 여전히 전제조건이 많은 점은 아쉽다. 대화를 해야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홍 장관은 이날 최근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을 지원할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양쪽 다 동시에 가뭄이 있어서 어렵지만, 사정이 좀 나은 쪽에서 먼저 도와주고 나중에 필요한 일을 같이하고, 그런 것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통일부는 홍 장관 취임 뒤 ‘통일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에서 소기의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홍 장관은 최근 열린 통일박람회에 대해 “생각이 다른 다양한 단체가 모여 갈등 없이 즐기는 자리를 만들었다”며 일회성 행사가 아닌 내년에도 통일박람회를 열 수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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