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위헌 논란이 제기됐던 국회법 개정안에 어제 거부권을 행사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은 사법권을 침해하고 정부의 행정을 국회가 일일이 간섭하겠다는 것으로 역대 정부에서도 받아들이지 못했던 사안”이라며 거부권 행사 이유를 밝혔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요구에도 불구, 재의결을 위한 본회의를 열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국회법 개정안은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지극히 옳은 결정이며 국회법 개정안의 폐기 역시 당연한 귀결이다.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부의 행정입법권을 사실상 부정하는 것으로 헌법이 정하고 있는 3권분립 원칙을 무시한 위헌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내용에 합치하지 않을 경우 국회가 행정부에 수정 변경을 요구할 수 있고 행정부는 요구받은 사항을 처리해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98조 2의 3항)는 부분이 바로 그렇다.
이미 다수의 헌법학자들이 국회가 행정부에 행정입법 수정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고 밝혔다. 국회의장이 중재안이라며 조문에서 ‘요구’를 ‘요청’으로 바꿨지만 본질은 달라진 게 없다. 그런데도 야당은 물론 일부 여당의원조차 위헌 소지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들은 국회가 다수결로만 정하면 모든 걸 다 법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며 법치의 파괴에 다름 아니다.
이번 국회법 개정 파동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공무원연금법 개정 문제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상 특별조사위 조사 1과장에 누구를 앉히느냐는 문제에 연계돼 국회법 개정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급기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야당의 국회 전면 보이콧이라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수출 내수 할 것 없이 경제에 비상이 걸린 판국이다. 이런 문제로 국회를 ‘올스톱’시킨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나. 관광진흥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들은 여전히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국회는 민생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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