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후 여권 수뇌부를 직접 비난한 뒤부터 유 원내대표의 사퇴 외에는 다른 해결책이 없다는 입장을 연거푸 밝히고 있다. 박 대통령의 강한 비판이 친박계에는 일종의 '유승민 사퇴 행동 지침'으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청와대 정무·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이정현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와 청와대 간의 신뢰는 이미 무너졌으며, 깨진 유리잔"이라면서 "유 원내대표가 원내대표로 있는 한 당·정·청 협의를 통한 국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리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대선 경선 캠프 때부터 박 대통령의 대변인 격으로서 '복심'(腹心)으로 통했던 만큼 이 최고위원의 발언은 사실상 청와대의 입장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의 사과는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면서 "이렇게 어마어마한 사태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넘어갈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전날 의총에서 유 원내대표가 재신임됐다는 주장에 대해 "어제 결론이 난 것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뜻을 존중하자는 그것 하나뿐이었다"며 "(유 원내대표) 책임은 엄연히 논란이 있었고 그 부분은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정무특보를 겸하고 있는 윤상현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의총 결과를 보고 의원들이 당·청 관계의 심각성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진정한 리더라는 것은 거취를 누구에게 묻는 게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김태흠 의원은 "당내에서 청와대와 가장 긴밀한 협조 관계를 구축하고 신뢰 관계에 있어야 하는 게 바로 원내대표"라면서 "자진 사퇴하는 길만이 자기도 살고 당도 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박계 일각에서는 유 원내대표의 사퇴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친박계 최고위원의 동반사퇴를 통한 지도체제 와해와, 심지어 박 대통령 또는 친박계 의원들의 연쇄 탈당을 통한 정계 개편 등도 거론한다.
한 친박계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지 않으면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모두 사퇴할 수도 있으며, 그렇게 되면 지도부도 자동으로 끝나는 것"이라면서 "예전에 대통령이 탈당한 전례가 없지 않다"고 경고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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