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주파수배분, 국회 과도한 개입…경제성·타당성 '외면'…통신정책 '표류'

입력 2015-06-28 21:31  

정치권에 휘둘리는 방송·통신 시장

방송법 개정안도 영향력
주요 방송·통신정책
정부 아닌 의원들이 주도
중·장기 발전 걸림돌



[ 이호기 기자 ]
최근 통신비 인하, 700㎒ 주파수 배분 등 방송·통신 정책에 정부가 아닌 국회가 직접 개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균형 잡힌 정책이 실종되면서 시장이 크게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같은 입법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면 중장기적인 통신시장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정부

28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방통위는 최근 ‘지상파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 간 상생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협의체는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방송법에 따른 후속 조치 성격이 있다. 개정 방송법에서는 지상파 방송사의 자회사가 만든 프로그램의 편성 비율을 21%로 제한하는 규정을 폐지했다. 이로써 지상파 방송사는 자회사를 통해 드라마 예능 등 ‘돈 되는’ 콘텐츠만 골라 자체 제작함으로써 해외 판권 수입 등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 배대식 독립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영세한 외주 제작사의 줄도산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며 “방통위가 정말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고 싶었다면 법안 통과 전에 협의체를 만들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방송법 개정안은 당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던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현 원내수석부대표)이 대표발의했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 측 입김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많다.

지상파 방송사 거드는 의원들

700㎒ 주파수 배분도 마찬가지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명박 정부 당시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하기로 했던 당초 정책(모바일 광개토플랜)을 변경해 최근 초고화질(UHD) 방송용으로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에만 일부 주파수를 배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부터 미방위 소속 의원들의 방송용 할당 요구가 빗발치자 이에 밀려 입장을 바꾼 것이다. 그럼에도 의원들은 이제 EBS까지 포함시켜 사실상 전체 대역폭(108㎒폭)을 UHD 방송용으로 할당하라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완료하기로 했던 주파수 배분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미래부 관계자는 “(주파수 우선권이 부여될 제4 이동통신사 선정 등) 여러 일정상 연내 주파수 배분을 마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통신 시장 왜곡 우려

정부가 줄곧 반대해온 통신비 기본료 폐지도 여야 의원들이 계속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최근 통신비 기본료를 폐지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데 이?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내놨다.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 역시 기본료를 현행(표준요금제 기준 1만1000원)의 절반가량으로 내리는 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통신비에 대한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이 의도한 정책 효과는 내지 못한 채 자칫 시장만 왜곡시킬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이 경제성과 타당성은 제대로 따지지 않고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면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견제장치 없는 의원 입법

전문성이 필요한 주요 방송·통신 정책이 정부가 아닌 의원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지난 3월 본회의를 통과한 ‘합산 규제법(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은 전병헌 새정치연합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기존 케이블방송 및 IPTV에다 위성방송까지 합산해 특정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33.3%를 넘지 않도록 한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시장에 적잖은 영향이 예상됐지만 정부가 아닌 국회가 전면에 나섰다.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돼 통신시장의 판도를 바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도 의원 입법(조해진 의원 대표발의)으로 통과됐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의원 입법은 ‘규제 심사’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며 “특정 이익단체는 물론 정부 부처까지 이에 편승하다보니 포퓰리즘적인 법안이 계속 양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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