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랭 증시 막아라
국유기업 개혁·창업 붐 위해 주식시장 활황세가 필수
실물경기 회복에 초점
산업생산 등 소폭 늘었지만 2분기 6%대 성장 '경고음'
[ 김동윤 기자 ]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 5월10일 기준금리를 인하한 뒤 시장에선 조만간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이 뒤따를 것이란 관측이 팽배했었다. 인민은행이 지난 27일 내놓은 조치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기준금리 인하와 지급준비율 인하를 동시에 단행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직후인 2008년 10월 이후 약 7년 만이다. 인민은행의 이 같은 ‘깜짝 조치’는 실물경기 회복과 주식시장 부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강세장이 필요한 중국 정부
인민은행은 작년 11월22일 기준금리 인하로 본격적인 통화완화 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이후 인민은행은 2월5일 지준율 인하, 3월1일 기준금리 인하 등과 같은 방식으로 지준율 인하 카드와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번갈아 가며 썼다. 이런 행태에 비춰보면 이번에는 지준율 인하를 선택할 차례였다. 하지만 인민은행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는 동시에 일부 금융회사의 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했다.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의 이 같은 조치가 최근의 상하이증시 급락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6월12일 5166.34로 연중 최고점을 찍은 이후 최근 2주간 급락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26일 하락폭은 7.40%로 2008년 6월10일(-7.73%) 이후 약 7년 만에 최대였다. 래리 후 맥쿼리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주식시장 급락을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시장 참여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기준금리와 지준율 동시 인하라는 이례적인 조치를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작년 하반기부터 직·간접적으로 증시를 부양하고 있다. 은행 대출에 편중된 기업들의 자금조달 경로 다변화, 국유기업 혼합소유제 개혁(정부보유 지분 매각), 창업활성화 등을 위해선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중국 정부는 조만간 진행될 국유기업 지분 매각과 현재 대기 중인 300여개 기업의 증시 상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때까지는 증시의 상승 기조가 유지되길 원하고 있다”며 “최근 2주간 진행된 상하이증시의 급격한 하락을 어느 정도 제어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민은행의 이번 조치는 미국 증시가 급락한 1987년 10월19일 ‘블랙먼데이’ 직후 은행들에 대출을 지속해줄 것을 독려했던 미국 중앙은행(Fed)의 대응을 연 澯쳔껜?rdquo;고 평가했다.
◆7% 성장률 달성 아슬아슬
실물경기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 역시 기준금리와 지준율 동시 인하의 주된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의 실물경기는 지난 5월 들어 소폭 개선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전년 동월 대비 5.9%였던 산업생산 증가율이 5월에는 6.1%로 올라섰고, 같은 기간 소매판매 역시 소폭(10.0%→10.1%) 회복됐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연초 목표로 내건 7.0% 전후 성장률을 달성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당장 지난 1분기 7.0%였던 경제성장률이 2분기에는 6%대로 내려앉을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미국 월가의 중국 전문가들은 2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6.4%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관영 싱크탱크인 중국국가정보센터도 최근 2분기 성장률이 6.8%에 그칠 것이란 전망을 제시했다.
중국 현지 언론들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 인민은행의 이번 조치가 시중에 7000억위안(약 126조원) 정도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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