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쇼크] '자본통제' 돌입한 그리스…EU "아직 협상여지, 새 제안 내놓겠다"

입력 2015-06-29 19:08   수정 2015-06-30 09:22

그리스, 디폴트·그렉시트로 가나

5일 국민투표 가결땐 긴급구제금융 가능성
오바마·메르켈, 그리스 사태 대응방안 논의



[ 박수진 / 뉴욕=이심기 기자 ]
그리스와 국제채권단 간 추가 구제금융 협상 결렬의 충격파가 국제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29일 중국 일본 한국 홍콩 등 아시아 증시는 그리스 사태 여파로 일제히 급락했다.

그리스가 2010년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등 국제채권단으로부터 처음 구제금융 지원을 받았을 때부터 제기돼온 시나리오 중 최악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뱅크런(예금인출사태) 현실화→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국제 금융시장 혼란→다른 위기국들의 추가 디폴트 선언’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EU와 IMF 등이 “아직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밝히고 있어 최악의 상황을 피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리스 극적 회생 가능성 있나

그리스 정부는 2010년 2월 이후 IMF, ECB, EU 등에서 2400억유로(약 298조원)의 빚을 냈다. 이 중 300억유로를 갚았다. 남은 채무는 2100억유로. 이 중 연말까지 119억유로를 갚아야 한다. 당장 30일 IMF에 15억유로를, 내달 20일까지 ECB에 35억유로를 갚아야 한다.

그리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올초부터 채권단과 추가 구제금융을 받는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채권단의 긴축 요구에 반발, 지난 27일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국제 금융 전문가들은 아직 그리스 사태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29일 그리스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제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이 28일 밝혔다. 앞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도 “필요한 협조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7월5일 그리스 국민투표에서 채권단의 긴축요구안이 압도적 표차로 가결되면 ECB를 중심으로 긴급 구제금융에 착수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국민투표에서 긴축요구안이 가결되면 이에 반대해온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 내각이 교체될 것”이라며 “채권단이 바라는 시나리오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뱅크런은 불가피할 듯

가장 좋은 시나리오대로 일이 전개되더라도 그리스가 30일 IMF 빚을 못 갚는 데 따른 혼란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가장 급한 게 뱅크런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협상 결렬을 선언한 뒤 28일 저녁 은행 영업중단과 예금인출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예금 인출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은행들은 국민투표 이틀 후인 7일까지는 문을 닫는다. ATM(현금 인출기)을 이용해서는 제한적으로 인출이 허용된다. 계좌당 최대 60유로까지다. 다만 관광객을 고려해 외국인은 인출에 제한이 없다.

문제는 7일 이후다. ECB정책위원회는 그리스 은행들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 규모를 늘리지 않고 890억유로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외신들은 그리스 은행 예금 잔액이 바닥났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치프라스 총리 집권 후 6개월 동안 전체 예금 잔액의 20%가 인출됐다. 28일 하루만 5억유로(약 6270억원)가 빠져나갔다. 7일 이후 예금자들이 몰리면 몇몇 은행은 파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오바마·메르켈 대응 방안 논의

그리스 사태의 심상찮은 전개에 각국이 사태 해결을 위한 공조에 나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8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그리스가 개혁을 지속하고 유로존 안에서 성장하는 길로 복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29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그리스 사태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비상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뉴욕=이심기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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