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蘭)과 영지(芝)가 자생하는 섬이래서 난지도였다. 하지만 도시화·산업화의 온갖 부산물들은 이곳을 쓰레기 지대로 만들어 버렸다. 1978년 서울시의 쓰레기매립장으로 지정된 이래 15년간 9200만㎥의 폐기물이 쌓였다. 8.5t 트럭 1300만대 분량이었다. 매립지의 국제기준인 45m의 2배가 넘는 95m로 올라간 쓰레기산은 압축성장 이면의 탑이었다.
당시 난지도에는 그 나름의 ‘재생 생태계’도 형성됐다. 1980년대, 빈활(貧活)이라며 대학생들도 달려갔던 혐오지대 난지도는 이제 푸른 숲이 울창한 생태공원이 됐다. 청설모 고라니 너구리 삵이 사는, 세계가 인정하는 도시 재생공원이다. 다시 상전벽해다. 빈활 대학생들은 이제 중견 사회인이 돼 쾌적한 승용차로 난지도숲과 나란한 강변북로로 출퇴근한다. 서울 최악의 막장 난지도를 모범적인 친환경 생태계로 부활시킨 것은 경제와 과학기술의 발전이었다.
난지도 이후 서울 경기 인천 3000만명의 쓰레기를 수용 중인 수도권매립지도 종국에는 난지도처럼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할 것이다. 이미 매립이 끝난 제1매립장에는 대중골프장과 녹색바이오산업단지가 들어섰다. 엊그제 서울시장 경기지사 인천시장 환경부 弱活?4자 합의로 이곳에서 최소한 10년은 더 수도권쓰레기를 처리하게 됐다. 미봉책 같기도 하지만 유정복 인천시장이 매립지 인근 주민에게서 욕 먹기를 각오했기에 2017년 초 쓰레기 대란은 일단 면했다. 국책사업, ‘님비’사업은 누가 욕 듣기를 각오해야 일이 진행된다.
환경위기론자나 환경비관론자들은 쓰레기의 증가추이만 바라본다. 하지만 쓰레기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식량이 풍부해졌고, 가격도 싸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류 역사상 지금보다 더 따뜻한 겨울을, 더 시원한 여름을 보낸 적이 없다는 사실의 부산물이기도 하다. 다양한 음식과 의복, 다양한 문명의 이기를 더 많은 대중이 즐기는 결과가 쓰레기다. 물론 오염문제도 생긴다. 하지만 그런 극복 과정도 경제활동이다. 바이오, 재생, 친환경 기술이 다양하게 적용되면서 쓰레기의 위험성부터 확 떨어졌다. 1995년 종량제 도입 이후 쓰레기 양이 절반가량 줄어든 점도 시사적이다. ‘회의적 환경주의자’(비외른 롬보르) 같은 과학적인 저술들이 나온 뒤 환경 위기가 과장됐다는 이성의 소리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생활 수준 향상으로 쓰레기도 늘어나지만 발생량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배출량은 적은 사회에서 처리기술과 자본이 없어 쓰레기를 끼고사는 게 안타깝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