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관측통은 애초 그리스와 채권단이 갈등의 정점을 찍고나서 지난 26일(현지시간) 전후의 유로존 정상회의를 통해 사태를 봉합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낙관했다.
양측이 시간을 벌면서 리스크를 관리하는 대타협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협상안을 두고 그리스 정부는 대의민주주의에 기반한 정치적 판단을 유예하고 국민투표로 민의를 직접 확인하는 수순으로 내달렸고, 채권단은 이를 그리스의 수용 거부로 해석하며 등을 돌렸다.
이에 맞물려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의 마지막 자금줄인 긴급유동성지원(ELA) 한도를 동결하고, 그리스 정부는 은행 휴업 등 자본통제와 증시 휴장으로 충격을 관리하면서 내달 5일 국민투표 시행에 대비하고 나섰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29일 독일 대중지 빌트를 통해 메르켈 총리가 위기 해법의 열쇠를 쥐고 있다며 그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리스에 대한 최대 채권국이자 유럽연합(EU)과 유로존의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움직여야만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이미 시간표는 내달 5일의 국민투표를 기점으로 재편 볕풔?형국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국민투표 이전 유럽 정상회의나 그리스와의 양자 정상회담에 부정적 견해를 밝히고 국민투표 이후 협상 재개 가능성을 언급했다.
관건으로 떠오른 이 국민투표가 채권단 협상안 찬성으로 나오면 그리스와 채권단은 다시 타협 모드로 돌아서겠지만 반대로 나온다면 디폴트와 그렉시트가 현실로 나타나 극심한 혼돈이 이어질 수 있다.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기를 바란다는 대전제는 메르켈이 그리스 이슈를 언급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한 언술이었다.
이는 유로존 원심력 억제와 EU의 통합 심화로 요약되는 '메르켈의 길'이 향하는 목적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됐다.
메르켈은 이날도 자신이 속한 기독민주당 창당 70돌 기념대회에서 "유로화가 실패하면 유럽도 실패한다"며 그런 의지를 재확인했다.
다만 시중 여론마저 그리스인들이 독일인들의 호주머니를 턴다는 쪽으로 쏠리며 그렉시트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 흐름까지 형성됐다.
한경닷컴 증권금융팀 b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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