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타임즈의 확대경] 美시장서 다시 부는 픽업트럭 바람

입력 2015-06-30 07:00  

초창기 자동차회사는 엔진과 변속기 등을 결합한 언더보디(under body)만 제조했다. 여기에 세 가지 박스형 타입의 차체를 더해 자동차를 완성했다. 1908년 헨리 포드가 ‘모델 T’를 만들었을 때도 언더보디만 직접 제작했을 뿐 차체는 외부에서 공급받았다. 당시 모델 T의 박스형 차체를 공급한 곳은 ‘갈리온 올스틸 보디’라는 회사였다.

1870년대 미국 오하이오주 칼리온시에 설립된 ‘갈리온 고드윈 트럭 보디’는 원래 마차의 차체를 만드는 회사였다. 하지만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재빨리 사명을 ‘갈리온 올스틸 보디’로 바꾸고 철제 박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다양한 차체 사업의 가능성을 일찍 간파한 갈리온 올스틸의 차체는 이후 포드뿐 아니라 미국 내 여러 회사로 공급됐다. 닷지가 1924년 소개한 나무 소재의 0.75t 픽업트럭 적재함과 1925년 포드가 모델 T에 기반해 내놓은 0.5t 철제 픽업도 모두 갈리온 제품이다.

승용형 픽업인 포드 모델 T 런어바웃은 3만4000대나 팔렸다. 1928년 운전석 등을 포함한 실내공간이 외부와 완전히 분리된 모델 A가 나오기까지 런어바웃의 인기는 대단했다. 1931년 쉐보레는 아예 픽업 전용 공장을 지었고, 이듬해 포드는 호주에 픽업 전용 공장을 세웠다.

갈리온 올스틸이 차체를 공급했다면 독일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스투드베이커 5형제는 주로 농부와 광부를 위한 왜건을 만들었다.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에 있었던 스투드베이커자동차는 1902년 자동차사업에 뛰어들어 1954년 패커드자동차에 인수될 때까지 50년 동안 픽업으로 주목을 끌었다.

이처럼 상승세를 타던 미국 내 픽업 인기가 한풀 꺾인 것은 2차 세계대전 때였다. 미국 정부는 전쟁 중 개인 구매용 픽업트럭 생산을 금지했다. 전쟁 물자가 부족한 탓에 군수용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1950년대에 들어서자 미국 소비자들은 라이프스타일 측면에서 픽업트럭을 찾기 시작했다.

미국 내 픽업트럭의 편의성 진화는 일본이 가세하면서 더욱 두드러졌다. 1962년 소개된 도요타의 스타우트와 히노의 브리스카는 승용차를 기반으로 한 픽업트럭으로 명성을 얻었다. 이에 맞서 닷지와 포드, 제너럴모터스(GM)도 연달아 편의성을 높인 픽업트럭 개발에 집중했다.

폭스바겐 타입2 등 유럽 내 픽업트럭도 미국 시장에 발을 들여놓자 미국의 빅3는 미국 정부를 움직여 이른바 ‘치킨 택스(tax)’로 불리는 보호무역 조치를 단행했다. 수입 픽업트럭에 25%의 관세를 부과해 픽업트럭을 빅3만의 고유 시장으로 키워나갔다. 미국 내 픽업부문에서 빅3의 파워가 막강한 배경에는 이런 보호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유가 하락이 이어지자 픽업트럭에 대한 미국인들의 애정(?)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한국 같으면 기름값 부담에 고개를 흔들겠지만, 자원이 풍曠?미국에서는 픽업트럭 판매가 날개 돋친 듯하다. 그래서 픽업은 빅3에 반드시 지켜야 하는 시장이 됐다.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때도 미국이 픽업트럭의 관세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한 배경이다.

미국에서 픽업트럭의 인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일까. 현대자동차도 북미 시장을 겨냥해 픽업을 양산할 전망이다. 하지만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기반의 픽업이라고 한다. 대형 픽업트럭이 주류인 미국에서 얼마나 시선을 모을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어차피 픽업부문에 진출한다면 픽업 또한 소형, 중형, 대형으로 확대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한다. 픽업은 미국을 겨냥한 전략 차종이니 말이다.

권용주 < 오토타임즈 기자 soo4195@autotime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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