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석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북쪽 끝에 있는 팰로앨토 3200. 이곳에는 포드의 연구혁신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4일 현장을 방문하자 이곳에서 근무하는 포드 연구원들은 기자를 가장 먼저 원격이미지 제어실로 안내했다. 어두컴컴한 방 안에는 앞뒤 벽면 전체에 디지털 스크린이 설치돼 있었다. 한쪽 벽면에는 3차원(3D) 운전석이 마련돼 있어 가상 주행이 가능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이곳에선 포드 본사가 있는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 호주 연구센터 등과 동시에 연구를 진행한다”며 “원격제어 시스템을 통해 서로 운전석을 조작할 수 있으며 차량을 운전하면서 얻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1월 문을 연 팰로앨토 연구혁신센터는 포드가 첨단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설립한 전초기지다. 차량과 차량, 차량과 사람을 연결하는 커넥티비티 기술과 새로운 이동수단, 자율주행, 빅데이터 분야 등의 개발 속도를 가속화하는 것이 이 연구소의 설립 목적이다.
미국 디어본과 호주, 독일 등 포드의 글로벌 연구거점을 연결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디어본은 첨단 전자, 인간과 기계를 연결하는 휴먼인터페이스 기술, 재료공학, 빅데이터 분석에 특화돼 있다. 독일 아헨 연구소는 차세대 파워트레인과 주행 안전, 보조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팰로앨토 연구혁신센터는 이들 연구소 간 기술협력 및 융합 작업을 한다. 설계기술에 디자인을 접목한 엔지니어링 디자인도 진행한다. 엔지니어링 디자인은 차체 디자인이 부품 및 내부 설계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도록 제어하는 기술이다.
디지털 스크린의 화면을 바꾸자 신형 포드 머스탱이 등장했다. 그러자 포드 연구원들이 헬멧과 두 개의 전자제어봉을 활용해 실제로 차량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차체 실내외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이 역시 다른 연구소와 함께 실시간으로 작업할 수 있었다.
친환경 소재와 경량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대나무와 코코넛 열매, 토마토 등 자연에서 얻은 소재로 차체 내외장재를 제작하고 있다. 알루미늄과 탄소섬유 등 첨단 경량화 소재에 대한 연구도 하고 있다. 팰로앨토 연구혁신센터에는 현재 50명의 연구원이 근무 중이다. 포드는 연말까지 이곳의 연구인력을 125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포드는 연구소장으로 애플 출신 연구원 드라고스 마치우카를 영입했다. 마크 필즈 포드 사장은 “팰로앨토에는 자동차업체들과 활발하게 기술 협력을 진행 중인 SAP과 HP 등 다수의 정보기술(IT) 기업이 입주해 있다”며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연구소를 운영함으로써 IT 기업들과 기술을 교류해 경쟁력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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