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 몇 세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렇지만 지하철을 타 보면 그런 고상한 즐거움에 빠진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모두가 ‘수구리’족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스마트폰에 빠져 있다. 복잡하지 않은 지하철에서도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엊그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독서시간은 6분에 불과했다. 5년 전 조사 때보다도 1분이 줄었다. 하루 10분 이상 책을 읽는 사람의 비율도 10%에 그쳤다. 이들이 하루 책 읽는 시간은 평일 1시간5분, 토요일 1시간16분, 일요일은 1시간18분이었다. 책 읽는 사람은 하루 여가 4시간49분 가운데 1시간 이상을 책에 할애하는 것이어서 괜찮은 편이다. 문제는 책을 읽지 않는 나머지 90%다. 이들은 1년 내내 책 한 줄 안 읽는다고 보면 된다. 독서가 이렇게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떠도는 가볍고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수많은 이들이 휘둘리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종이 매체가 점점 그 영향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절대적으로 스마트기기의 영향이다. 스마트기기 ?바로 그 자리에서 사실상 세상의 모든 콘텐츠를 접속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폰 시대를 연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이 서 있는 곳은 인문학(liberal arts)과 기술(technology)의 교차점”이라고 말했다. 소설도 시도 만화도 영화도, 그리고 신문도 스마트기기를 통해서 볼 수 있게 하겠다던 그의 비전은 완전히 실현됐다. 그에 비하면 정보매체에 접속이 되지 않고 남과 연결도 되지 않는 책의 경쟁력이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민들은 책 읽는 데 하루 6분을 쓰는 반면 TV 시청에는 하루 2시간22분이나 들이고 있다. 스마트폰 이용시간은 1시간17분, 라디오 이용시간은 19분으로 나타났다(2014년 기준 방송통신위원회 조사).
TV나 라디오에 비하면 독서는 적극적인 체험이다. “한 권의 책을 읽음으로써 새 시대를 본 사람이 너무 많다”(미국 사상가 헨리 소로)는 것과 같은 지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은 오직 책을 통해서다. 잡스조차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은 책과 초밥”이라고 했다지 않은가.
일부에서는 독서가 스마트기기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몽테뉴는 “독서만큼 값이 싸면서 오랫동안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스마트기기로 책을 읽는다면 그 즐거움은 더 커질 것이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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