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는 왜 만들었나
환경단체·美 압력에 급선회
예고없이 발표후 유엔 제출
산업경쟁력보다 여론 눈치만
[ 김재후 기자 ]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 이달에만 두 번 거짓말을 했다. 첫 번째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 정부가 네 가지 안을 마련해 검토 중이라는 한국경제신문 보도(6월4일자 A1, 8면)에 대해 당일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한 것이다. 그러던 정부는 지난 6월11일 한경의 보도대로 네 개 안을 마련해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두 번째 거짓말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확정한 30일 했다. 정부가 이날 유엔기후변화협약사무국(UNFCCC)에 제출한 안은 지난 11일 이후 공청회와 국회 설명 때 제시했던 네 개 안 중 하나가 아니었다. 당초 시나리오에는 없던 제5의 안이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이에 대해 “(그 사이) 저탄소 사회로 가야 한다는 필요성이 있었고, 국제 사회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자 녹색기후기금(GCF)을 유치한 나라로서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는 주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설명은 석연치 않다. 이 말을 그대로 뒤집어보면 정부는 저탄소 사회 필요성이나 한국의 국제적 위상 등을 고려하지도 않고 당초 네 개 안을 마련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전격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조정엔 외부 압력이 작용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당초 네 개 안 중 온실가스를 더 많이 감축하자는 3, 4안은 환경부와 외교부, 덜 감축하자는 1, 2안은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각각 지지했다. 그러나 양측의 건설적인 토론이나 협의보다는 외부 압력으로 최종안이 결정됐다는 게 정설이다. 외부 압력의 실체는 환경단체와 미국 정부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12일 방미 일정을 연기하기 위해 통화할 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선도적으로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이날 예고도 없이 감축 목표치를 크게 높인 안을 국제 사회에 공표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유엔에 제출한 목표치를 수정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제출한 안을 지키지 않으려면 유엔을 탈퇴하는 수준의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모든 부담은 산업계가 질 수밖에 없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크게 높일 것이라면 애초에 1~4안을 내놓고 공청회 등 여론 수렴은 왜 했는지 모르겠다”며 “그렇지 않아도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마당에 온실가스 대폭 감축이란 짐까지 지게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세종=김재후 경제부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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