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선 기자 ] 고위 임원이 입찰 담합에 직접 가담하지 않고 보고만 받았는데도 과도한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 결정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업들의 입찰 담합 사건에서 고위 임원이 단순 보고를 받은 경우에도 과징금을 무겁게 부과해온 공정위의 기존 관행에 제동을 건 첫 판결로, 향후 비슷한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황병하)는 GS건설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납부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과징금의 1차 조정 산정기준의 10%를 가중하고 그에 근거해 과징금납부명령을 한 것은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34억4500만원을 납부하라는 명령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GS건설, 삼성물산, 현대건설은 2009년 한국수자원공사가 발주한 낙동강하구둑 배수문 증설공사 입찰에 참가했다.
3개 건설사 부장급 실무진은 저가입찰로 인한 출혈경쟁을 막자며 입찰 1주일 전부터 전화로 사전 합의를 했다. 이들은 “공사 예정 금액의 95%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의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하자”고 합의했다. 삼성물산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공정위는 조사를 통해 담합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해 9월 세 회사에 과징금을 매겼다. 이에 GS건설은 “고위 임원은 사건에 관해 보고만 받았을 뿐이기 때문에 공정위가 고위 임원 가중규정을 적용한 것은 위법하다”고 소송을 냈다.
과징금 고시에는 ‘위반 사업자의 이사 또는 그 이상에 해당하는 고위 임원이 위반 행위에 직접 관여한 경우’ 1차 조정된 과징금 산정기준의 10% 내에서 가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해당 규정은 내용상 고위 임원들이 직접 만나 합의를 했거나 이에 준하는 경우로 해석되고, 과징금 부과처분 등은 국민의 재산권 등 헌법 원리에 따라 규정을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원고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의 이창훈 변호사는 “사후든 보고를 받을 수밖에 없는 임원이 사후 보고를 받은 담합까지 가중규정을 적용하면 결국 모든 담합에 대해 가중규정이 적용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된다”고 말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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