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핀테크 열풍] 핀테크, 美·英선 맞춤형 자산관리로 진화…고객 청구서 관리까지…현금 부족땐 '알람'

입력 2015-07-01 07:00  

[ 박동휘 기자 ]
덴마크 코펜하겐의 한 커피숍. 이곳엔 계산대가 따로 없다. 주문 방식도 ‘셀프’다. 모든 걸 모바일로 해결한다. 방식은 이렇다. 매장 곳곳에 설치돼 있는 커피머신 앞에 선 소비자는 휴대폰 속 애플리케이션을 작동시킨다. 사물인터넷이 적용된 커피머신은 휴대폰을 통해 조작할 수 있는데 설탕 및 프림의 양까지 미세하게 설정할 수 있다. 주문이 끝나면 결제는 단스케뱅크의 ‘모바일페이’로 한 번에 끝낸다.

핀테크(금융+기술)가 가져다 준 변화의 단면이다. 가까운 미래에 주변의 모든 것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면 금융의 양상 또한 획기적으로 바뀔 전망이다. 금융 부문에서 지난 50년간보다 다가올 10년의 변화 속도가 훨씬 더 빠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서비스를 소비자 지향형으로 바꾸지 않으면 구글, 애플, 알리바바, 삼성 등 금융업에 진출하려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강력한 도전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 세계에 부는 핀테크 열풍

2010년부터 불기 시작한 핀테크 열풍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영국 등 금융 선진국에선 모바일 결제를 넘어 개인에 맞춤화된 자산관리 영역으로 핀테크가 진화하고 있다. 중국, 케냐, 폴란드, 필리핀 등 개발도상국들의 핀테크는 결제·송금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예컨대 케냐 엠페사는 은행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아프리카 국가에서 새로운 결제 수단을 제공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현실은 어떨까. 대략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중간 정도에 머물러 있다고 보면 된다. 사실 한국에선 인터넷뱅킹이 보편화한 데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곳곳에 깔려 있어 그동안 핀테크 도입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지 않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계좌 조회와 이체를 온라인으로 처리한 비중은 각각 전체의 77%와 36%에 달했다. 이체의 17%는 모바일로 이뤄진다.

하지만 불편한 점들도 여전하다. 공인인증서를 거쳐야만 계좌 이체나 결제가 가능한 점 등이 대표적이다. 보안을 강조하다 보니 생긴 불편함이다. 이와 관련, 해외에선 안전한 모바일 금융거래를 위해 새로운 보안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덴마크 1위 은행인 단스케뱅크만해도 비밀번호를 누르는 패턴을 인식해 모바일 도용을 방지하는 기술을 적용하는 등 이용자의 불편함은 최소화하되 거래 배후에 이중삼중의 방어벽을 깔아 놨다.

한국형 인터넷은행의 미래는

최근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내에서도 핀테크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지점 없이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에?기존 은행들도 인터넷전문은행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 캐나다 2위의 토론토도미니언은행만해도 ‘옴니채널’로 불리는 다채널 전략을 구사한다. 지점과 온라인 채널을 동시에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이 은행법을 개정하면서까지 인터넷전문은행을 허용하려는 이유는 기존의 보수적인 은행 DNA로는 글로벌 핀테크 흐름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음카카오 등 비(非)대기업, 산업자본이나 증권, 자산운용사 등 비은행계 금융회사들이 은행업에 진출하는 데 따른 일종의 ‘메기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연내 예비 인가를 받는 곳이 한두 곳 나오면 내년엔 기존과는 다른 신개념 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금융소비자들은 어떤 혜택을 얻게 될까. 최악의 시나리오는 예금, 대출 등 신설 은행이 기존 은행과 동일한 업무를 한다는 가정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은행이 하나 더 늘었을 뿐 별다른 서비스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껏해야 지점 방문 없이 계좌를 개설한다거나 모바일로 송금할 수 있다는 정도의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다.

신설 은행면허를 따고자 준비하는 기업 고민도 여기에 있다. 현재로선 기존 은행들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무엇을 선보여야 할지 누구도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개인의 금융생활에 파고드는 은행

한국 핀테크의 미래를 예상하기 위해선 해외로 눈을 돌려볼 수밖에 없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 은행들은 ‘리모트 뱅크(모바일 클릭만으로 거래할 수 있는 은행)’를 넘어 ‘컨텍스추얼뱅크(개인의 금융생활을 이해하고 맥락?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로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홍길동 씨가 런던의 히드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페이스북으로 지인들에게 런던으로 여행을 왔다는 소식을 알린다. 그러면 이를 포착한 은행은 홍씨의 스마트폰으로 런던에 제휴 관계를 맺은 은행의 파운드화 환율 및 환전수수료, 가까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위치 등을 보내준다.

이 같은 예는 얼마든지 더 확장할 수 있다. 소비자가 상점이나 식당에 있으면 위치 정보를 활용해 이를 인지하고, 최적의 결제 방법과 할인 혜택을 추천한다. 주택을 구입하려고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방문하면 주택대출금리 시세가 모바일 화면에 뜨고, 소비자의 신용 등급 및 재무상태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대출금과 매월 상환금액이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이 같은 개념은 아마존의 ‘리커멘디드 포 유’라는 서비스가 금융에서도 구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아마존은 소비자의 구매 성향을 분석해 읽을 만한 책을 공짜로 보내준다. 읽기 싫으면 반송하면 그만인데 반송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고 한다. 은행도 이젠 무차별적인 ‘푸시’ 마케팅이 아니라 금융소비자와 장기적인 관계를 맺도록 서비스를 바꿔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결국 은행이 핀테크를 활용한 개인 자산관리에 특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핀테크 전문 컨설팅업체인 핑거의 이정훈 상무는 “자산과 부채, 그리고 현금흐름을 종합적으로 관리해 고객의 재무계획이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 또는 도구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스페인의 카익사뱅크는 ‘리시박스’라고 불리는 청구서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무료다. 고객이 받은 청구서를 모아서 관리하고 이에 따라 현금 유동성을 관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 조만간 큰 금액의 대금을 결제해야 하거나 계좌에 현금이 충분하지 않다면 리시박스가 고객에게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로 알려준다.

안타깝게도 현행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상 국내에선 이 같은 서비스를 당장 누리긴 어렵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은 개인정보를 금융회사가 활용하도록 허용하되 소비자가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지만 한국은 활용할 때마다 일일이 개인에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결과적으로 핀테크는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값싸게 받는 시대가 열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은행이 위비뱅크라는 모바일 전용 대출 서비스를 선보인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은행 문턱을 넘기 힘들어 저축은행에서 연 20%대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했던 사람들이 핀테크 도움으로 연 5~9%의 대출 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