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엘리엇 가처분 기각, 경영권 방어장치 보완 계기돼야

입력 2015-07-01 20:32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막기 위해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50부는 어제 “합병비율은 관련 법령에 따라 산정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며 합병 관련 주주총회 소집통지와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엘리엇은 주식시가를 토대로 한 합병비율 산정은 불공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부는 또 “(이번 합병이) 오너 일가의 지배권 승계를 위한 것이어서 부당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총수 일가의 이익만을 위해 합병을 추진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날 법원의 판단은 그 나름대로 균형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삼성물산 지분 매입과 관련해 엘리엇의 행보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적지 않다. 엘리엇은 지분을 신고기준(5%)에 약간 못 미치는 4.95%까지 보유하고 있다가 합병 결의 이후인 지난달 3일 2.17%를 일시에 추가 매입했다. 합병에 반대한다면서 합병 결의 후 주식을 더 샀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엘리엇은 기업의 소수 지분을 매입한 뒤 경영진을 압박, 시세차익을 얻는 일명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유명하다. 과거 헤르메스나 소버린처럼 주가를 끌어올린 뒤 차익을 챙기고 떠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시스템이 전무한 한국의 현실이다. 미국 유럽 등〈?차등의결권, 포이즌필, 황금주 등 다양한 경영권 방어수단이 허용되지만 국내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대주주에 대한 반감과 주주평등주의에 대한 지나친 집착 탓이다. 소액주주의 의결권은 보호하면서 대주주 의결권에는 온갖 제약이 따르는 것도 문제다. 소버린 같은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돼 온 것도 바로 그래서이다.

물론 자본시장에서는 공격적, 적대적 인수합병(M&A)도 용인돼야 한다. 하지만 기업 측에 상응하는 방어수단이 있어야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지금의 경영권 방어제도는 그런 점에서 전혀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경영권 방어제도의 입법적 미비가 보완돼야 한다. 아울러 당국은 엘리엇의 삼성물산 지분 확보 과정에서 내부자거래 등 불법행위가 없었는지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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