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환경기준 강화될 때 그들은 화장실서 웃고 있었다

입력 2015-07-01 20:32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 6급 직원이 수입차업체들에 환경인증서를 발급하는 과정에서 무려 5년여 동안 이른바 급행료와 온갖 향응을 받으며 횡포를 부렸던 사실이 경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이 직원은 배기가스, 소음 등 심사를 거치면 통상 2주 내에 내주도록 돼 있는 환경인증서 발급을 이런저런 사유를 들어 고의로 늦추며, 총 113회에 걸쳐 32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수입자동차 할인, 해외출장 동행, 지방출장시 접대, 유흥업소 향응 등을 요구하며 소위 ‘갑질’을 해왔다고 한다. 유럽 현지에서 배출가스 규제가 강한 유로6 등 환경기준에 맞춰 제작된 유럽차들까지 제때 인증을 못 받아 차량 판매에 피해를 보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오죽하면 주한 EU대표부가 수입차업체들의 신고를 받아 환경부에 과도한 규제라며 공식 항의했을 정도다.

그렇지만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EU 측의 항의가 없었다면 이런 은밀한 비리가 드러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주목할 것은 ‘규제의 디테일’이다. 문제의 공무원은 정식 심사하기 전에 서류를 검토해야 한다는 이유로 서류 보완, 추가 자료 제출 등을 요구하며 인증을 지연시켰다고 한다. 현장 창구에서 임의로 인증절차를 하나 더 만든 셈이다. ‘그림자 규제’다. 실권이라고 말할 것도 없는 환경인증서를 발급하는 하위 공무원 한 명이 저지르는 게 이 정도다. 법률도 시행령·시행규칙도 아닌, 단순한 행정처리 절차에서조차 횡포가 벌어질 여지가 존재하는 것이다. 소위 ‘디테일의 악마’들이다. 일선 공무원의 부패가 베트남 수준이라는 일각의 하소연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직급이 높을수록, 권한이 많은 기관일수록 ‘재량적 행정권’은 당연히 더 커진다. 규제 기준이 갈수록 강화되는 환경분야도 그렇다. 과잉규제에 과잉범죄화가 부패를 부추긴다. 사법을 공법화하고, 국가가 개인생활에까지 개입하는 ‘어버이국가’일수록 규제는 늘고 공무원들의 권한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공직자의 부패도 늘어난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니다. 규제 기준이 다락같이 높아질 때마다 그들은 화장실에서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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