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무어인의 탄식과 산티아고

입력 2015-07-01 20:46  

관용 실천했던 무어인, 스페인 번영으로 이끌어
상대와의 차이 인정해야 소통강화·경제성장 이룩

조석 <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seok.cho@khnp.co.kr >



톨레랑스는 프랑스어로 관용을 뜻한다. 나와 타인의 생각과 신념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에 대해 너그러운 마음을 갖는 것이다.

관용의 정신은 삶의 미덕이자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를 잘 드러내 주는 게 ‘무어인의 탄식’이다. 무어인은 이베리아반도와 북아프리카에서 살았던 아랍인들이다. 서기 711년부터 약 800여년간 스페인을 통치했다.

‘무어인의 탄식’은 스페인에서 마지막 이슬람 왕이었던 보아브릴 왕이 망명을 떠나며 그라나다가 보이는 언덕길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던 것을 말한다. 무어인들은 스페인 통치 시절 다른 종교를 인정하고 개종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런 관용이 알함브라 궁전을 비롯한 수많은 문화유산의 밑거름이 됐고, 경제적 부(富)도 창출했다.

산티아고 순례길도 그 시절 시작된 세계 문화유산이다. 이 길은 성 야고보가 스페인에 복음을 전파한 장소를 순례자들이 찾으면서 만들어졌다. 이 길을 따라 예술과 건축이 발전했고 많은 도챨?번영을 누렸다. 이베리아반도와 유럽 지역의 문화 교류를 촉진시키며 위대한 정신적 가치뿐 아니라 빛나는 문화유산을 남기게 된 것이다.

이후 세워진 스페인의 가톨릭 왕조는 “어떠한 이익보다도 ‘영혼의 구원’을 우선시하겠다”며 이슬람교도와 유대교도, 개신교도, 심지어 예수회교도에게까지 추방령을 내렸다. 그 결과 무어인과 유대교도들이 대거 탈출했고, 국가 경제는 어려워졌다. 신대륙에서 금과 은을 실어왔지만, 금융과 상업에 중요한 역할을 하던 유대교도의 공백을 채울 수 없었던 것이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던 스페인이 몰락하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세계를 주름잡는 최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관용의 정신이 밑바탕에 깔려야 한다. 서로를 인정하는 관용과 배려의 자세, 다원주의적 사고가 융합될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무어인의 역사와 산티아고 순례길을 되짚어 보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 관용의 정신이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정치와 종교 등 큰 틀에서부터 일상에 이르기까지 꼭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수많은 이해관계자와 대화를 할 때마다 절실히 느낀다. 세대 차이 나는 젊은이들과 대화할 때도 그렇다. 상대방을 먼저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마음가짐이야말로 소통의 물꼬를 트는 ‘행운의 열쇠’가 아닐까.

조석 <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seok.cho@khnp.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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