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정 기자 ] 이탈리아가 그리스 디폴트(채무 불이행)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면서 이탈리아 정부가 그리스와의 선 긋기에 나섰다. 이탈리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132.1%(2014년 기준)로, 유럽에서 그리스 다음으로 높다. 이 때문에 그리스 위기의 전염 가능성이 가장 큰 나라로 꼽힌다. 카를로 파도안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그리스와 채권단의 협상 결렬 후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에 대비해왔기 때문에 자금조달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진 않을 것”이라며 위기설 진화에 나섰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럽 채권시장에서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는 이날 연 2.39%로 거래됐다.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난달 초부터 급등(국채값 급락)하기 시작한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한 달 만에 44bp(1bp=0.01%포인트) 뛰었다. 그리스가 은행 문을 닫고 예금인출액을 제한한 지난달 29일엔 금리가 하루 만에 22bp 급등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물가상승률이 낮고 경제구조가 취약한 이탈리아가 그리스 위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국채금리 급등과 그리스 관련 우발채무 증가로 늘어난 정부 부채가 이탈리아 경제를 뒤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책연구기관인 미국외교협회는 “전면적으로 그리스 디폴트가 발생하면 이탈리아 정부 부채는 현재 350억유로(약 43조5440억원)에서 740억유로로 급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탈리아가 그리스에 빌려준 돈과 이탈리아가 유럽구제금융기금에 출연한 돈 때문이다. 그리스와 관련해 늘어날 수 있는 부채 390억유로는 이탈리아 GDP의 약 2.4%에 해당한다. 올해 이탈리아의 GDP 증가율이 0.5%로 예상되고 있어 이탈리아가 늘어난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많다.
전문가들은 부진한 이탈리아의 경제구조 개혁 문제가 그리스 위기로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탈리아는 주력인 섬유와 의류산업이 경쟁력을 잃어갔지만 유연하지 못한 노동시장 때문에 원가 절감 등에 실패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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