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인력공단의 男직원 역차별 논란

입력 2015-07-02 16:33  


(백승현 지식사회부 기자) 지난 1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인사가 있었습니다. 하반기 정기인사였지요. 300개가 넘는 공공기관이 있지만, 유독 산업인력공단 인사를 언급하는 이유는 올해 초 인사에서 사상 첫 1급 여성 기관장을 배출하는 등 깜짝 인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파격 인사는 계속됐습니다. 1~3급 승진자가 총 24명이었는데, 그 중 8명(33%)이 여성이었던 겁니다. 통상 20년을 근속해야 오를수 있는 팀장(2급) 직급을 10년여만에 따낸 분(윤아선 홍보비서실 팀장)과 최근 두 차례의 육아휴직을 다녀오고도 복귀 후 석달만에 차장(3급)으로 승진한 직원(정상희 선임연구원)도 있었습니다.

물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당연한 권리이며 보장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회사에서는 탐탁치않게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출산과 육아로 업무공백이 생기게 되면 곧바로 대체인력이 투입되지는 않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겠지요.

민간기업들보다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공공기관인 산업인력공단에서도 남자직원들의 불만이 없지 않았다는 후문입니다. 현실적으로 업무를 떠안아야하는 남자직원들 입장에서는 그런 말도 나올 만 하지요.

하지만 남자 직원들이 드러내놓고 불만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이사장 때문입니다. 곧 취임 1년을 맞는 박영범 이사장이 강조하는 인사 평가 기준은 세 가지, 즉 ‘현장’ ‘성과’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여성’입니다. 전체 1200여명 직원 가운데 약 30%인 400여명이 여성이기도 하지만, 박 이사장이 여직원들에게 ‘어드밴티지’를 주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박 이사장의 말입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도 해보고 했지만, 공공기관의 장이 할 수 있는 일 중에 가장 큰 일은 인사에요. 정책과 예산 집행보다 중요한 부분입니다. 금방 결혼하고 출산할까봐 여성 채용을 꺼리고, 육아휴직 간다고 하면 눈치주고 해서는 고용률 못 끌어올립니다. 출산이나 육아에 관계없이 일로만 평가해주면 여성들도 책임감을 더 갖게 될 것이고요. 대한민국 조직문화 한번 바꿔볼랍니다.” (끝)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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