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미연방 대법원이 26일 "동성간 결혼을 합법화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청교도 교리를 바탕으로 세워진 미국에서 이성간 결혼이 아닌 동성간 결혼을 인정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옳다고 여겨지는 사회적 도덕 기준의 무게추가 크게 방향을 튼 것이다. </p>
<p>보수가 아닌 진보진영에서는 당연히 반기는 분위기다. 최근 통과된 '오바마케어' 법과 더불어 위대한 승리라고 진보진영은 벌써부터 들 뜬 분위기다. 오바마 대통령도 "진보의 승리"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반기문 총장도 2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유엔 헌장 채택 7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동성애 결혼 합법화를 반긴다"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p>
<p>반면에 보수진영은 초상집 분위기다. 한 보수당 지지자는 트위터에 "개구리를 물에 넣고 가열하면 개구리는 서서히 죽어간다. 우리가 그런 형국"이라며 비통해 했다.</p>
<p>베들레헴신학대학교의 명예총장인 존 파이퍼 목사는 "죄를 제도화한 것"이라며 "저희가 주의 법을 지키지 아니하므로 내 눈물이 시냇물 같이 흐르나이다"라는 시편 119편 136절 말씀을 인용하기도 했다.</p>
<p>♦미국 '동성애 결혼'이 받아들여지기까지 </p>
<p>1970년부터 미국에서는 동성간 결혼 운동이 있어 왔다. 1993년 하와이 대법원이 하와이 주의 동성애 금지는 적법하지 않다는 판결이 있은 후, 본격적으로 동성애결혼은 사회 이슈가 된다.</p>
<p>그 뒤로 꾸준하게 인권운동가들과 성소수자 권리 옹호론자들은 미국의 법 시스템에 자기들의 의사를 지속적으로 개진했다. 하지만 동성애가 가져오는 병인 AIDS 등에 의해 동성애는 미국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인식되었다.</p>
<p>결정적으로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면서 성소수자의 인권이 부각되기 시작했고, 동성애 결혼에 대한 여론 조사에서도 동성애 결혼을 법제화하자는 여론이 높아지기 시작했다.</p>
<p>동성애, 양성애, 성전환자 등 성 소수자들도 눈치를 보지 않고 화장실에 갈수 있도록 하는 성중립화장실(gender neutral restroom)은 지난 몇 년간 명문대를 포함하여 150개가 넘는 대학에 설치되었다.</p>
<p>이 화장실은 지난 4월 백악관에도 설치되었는데 이는 성소수자 인권이 신장되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2012년 5월, 오바마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동성간의 결혼을 지지했고, 이 발표가 있은지 얼마 후인, 같은 해 11월 미국의 3개주(메인, 메릴랜드, 워싱턴)에서 공개투표를 통해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과 의지표명이 동성애 결혼 합법화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이다.</p>
<p>사회 저명인사들의 커밍아웃도 이런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애플최고경영자 팀 쿡은 대표적인 커밍아웃 사례다. 결국 미연방 대법원은 5대 4의 표결로 진보진영의 손을 들어줬다. 동성애 결혼이 합법화된 것이다.</p>
<p>♦동성애 결혼 합법화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시각은? </p>
<p>뉴스와이어의 2014년 8월 8일 기사를 보면, 입소스(Ipsos)가 선진 15개국 1만 2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동성커플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 세계인 10명중 7명은 동성커플의 권리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동성결혼의 합법화+동성커플의 부분법적 권리보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
<p>한국은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찬성여론과 반대여론이 각각 24%로 맞선 것으로 나타났다. </p>
<p>♦한국에서 성소수자의 평등은?</p>
<p>한국에선 성소수자의 인권을 동등하게 대우해 주는 날이 빨리 올 것 같지는 않다. 28일 성소수자의 축제 '퀴어(Queer) 문화 축제'의 하이라이트 '퀴어 퍼레이드'가 서울도심에서 개최됐지만 기독교 단체들은 격렬히 방해하며 동성애를 비난하는 맞불집회를 열었다.</p>
<p>행사 개최 사실이 공개된 후 보수를 자처하는 일부 기독교계 사람들은 서울광장을 행사 장소로 내주지 말라며 연일 서울시를 압박했다. 행사 당일 기독교인 9천 400여명(경찰추산)이 서울 광장 주변에 모여 기도회를 열고 찬송을 부르며 맞불집회를 열기도 했다.</p>
▲ 김조광수 감독이 2009년 개봉한 대한민국 게이 영화 <친구사이>의 한 장면 (사진=김조광수 블로그) |
<p>김조광수는 2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6월 26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을 법제화하는 판결을 내려 미국 전역에 결혼 평등을 이뤄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 부부의 결혼 소송에 관심을 보이고 묻는다"며 "우리 부부의 결혼 소송은 7월 6일 열릴 예정이다. 대한민국 법원도 헌법에 명시된 평등권을 보장하는 판결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p>
<p>하지만 "내가 죽기 전에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법정에서는 울지 않겠다고 다짐을 해본다"며 섭섭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p>
<p>7월6일 한국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릴까?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p>
백승준 한경닷컴 정책뉴스팀 기자 sunofwhite425@gmail.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