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 닫히는 속도 낮춰 드라이버 훅도 교정
무게중심 변화의 마법
'피팅은 보조적 수단'
스윙 교정·클럽 교체와 한데 묶어야 큰 효과
[ 이관우 기자 ]
“이런! 심한 훅이 날 수밖에 없는 스윙입니다. 고생 많이 하셨겠네요.”
발가벗겨진 느낌이다. 골프채를 잡은 지 6년 만에 처음 찾은 골프 피팅(fitting) 스튜디오에서 생긴 일이다.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밑에 누워 온몸을 스캔당한 환자 같다고나 할까. ‘선무당이 장구만 나무란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어온 터라 피팅센터를 찾는 골퍼들 역시 스윙기술과 연습이 부족한 선무당쯤으로 여겼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원희 핑 기술담당 부장이 내놓은 진단은 정곡을 찔렀다. 5~6개의 시타를 조용히 지켜본 그는 “다운스윙 때 그립과 손의 위치가 지면 쪽으로 너무 가깝게 내려와 클럽 헤드의 토(toe)가 지나치게 들리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스트롱그립까지 겹치면서 헤드가 닫힌 상태로 공을 때리니 악성 훅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는 티칭프로 자격증을 가진 경력 25년차 전문 피터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페이드 구질은 평생 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에는 살짝 오기가 생겼다. 공이 오른쪽으로 완만하게 휘며 날아가는 페이드는 훅 구질로 고생하는 골퍼들의 ‘로망’이다. 페이드 구질로 날아간 공이 백스핀을 먹어 홀컵 옆에 착 붙었을 때 동반자들이 보내는 부러운 시선을 꿈꿔보지 않은 골퍼가 어디 있을까.
표정을 관리하며 “근거가 있느냐”고 묻자 그는 곧장 물증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임팩트 때 골프공이 헤드 페이스 어느 부위에 맞는지를 찾아내는 ‘임팩트 테이프’를 헤드 바닥(sole)에 붙이고 샷을 하자 힐(hill) 쪽에 집중적으로 볼 마크가 찍혔다.
“이것 보세요. 이렇게 치면 거리도 줄어들고 생크(shank)까지 날 확률이 높습니다.”
실제 그랬다. 공이 헤드의 힐 쪽에 맞아 심하게 오른쪽으로 휘는 게 생크다. 생크 공포로 다운스윙을 할 때마다 몸이 얼어붙곤 했던 아픈 기억이 스쳤다. ‘고질병’을 혼자서 해결하려다 병을 키운 대가는 컸다. 스코어가 100타대로 향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방은 간단했다. 아이언 헤드의 라이각(헤드를 바닥에 놓았을 때 샤프트가 지면과 이루는 각도)을 4도가량 낮추는 것. 헤드의 라이각이 1도 낮아질 때마다 비거리 135m짜리 7번 아이언샷의 탄착점(공이 떨어지는 지점)이 오른쪽으로 3m가량 이동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라이각을 낮춘 아이언으로 다시 한 샷은 예상 밖이었다. 목표 지점으로 똑바로 날아가는 ‘착한 스트레이트’ 구질로 변한 것이다. ‘선천성 훅 장애’가 있다고 자포자기했던 해묵은 체증이 뻥 뚫리는 순간이었다.
드라이버 훅 교정은 한결 간단했다. 그는 드라이버 헤드가 닫히는 속도를 느리게만 하면 전혀 다른 구질을 경험할 것이라며 피팅된 드라이버를 하나 권했다. 10여개의 샷을 날린 뒤 분석기 스크린을 보니 목표 지점 왼쪽에 집중적으로 형성됐던 탄착점이 모두 오른쪽으로 바뀌어 있었다.
마법을 부린 건 무게중심 변화였다. 그는 “토 쪽에 가까이 있던 무게중심을 힐 쪽으로 0.7㎝가량 옮겼다”고 했다. 이렇게 하면 임팩트 순간 헤드가 닫히는 속도가 조금 늦어지기 때문에 비거리 200m 기준으로 탄착점이 오른쪽으로 30m가량 이동한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피팅은 만병통치란 얘기일까. 그는 “보조적 수단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스윙교정과 클럽 교체, 피팅을 하나의 패키지처럼 활용해야 원하는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평소 생각하는 ‘균형 체인지’론이다.
그는 피팅이 필요한 이들을 세 부류로 나눴다. 아직 스윙 근육이 만들어지지 않은 ‘생초보’가 첫째, 수십년 스윙을 교정했지만 달라지지 않은 만성 ‘골프 환자’가 두 번째, ‘내 병은 내가 잘 안다’며 자기해결 능력을 과신하는 ‘전지전능형’ 골퍼가 세 번째다. 가장 효과를 볼 가능성이 큰 부류가 골프 근육이 이미 굳어져서 스윙 자체를 바꾸기 힘든 40~50대 노장 골퍼들이다.
“프로골퍼도 수시로 스윙을 바꾸고 피팅을 합니다. 피팅을 터부시하는 아마추어들도 열린 마음으로 피팅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죠. 스윙이 평생 조금씩 바뀌듯 피팅도 계속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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