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지역 농산물은 산지→지역도매시장→가락동 도매시장→소매점을 거쳐 서울시민이 소비하고, 지역 주민들은 지역도매시장→소매점을 거쳐 지역농산물을 소비하게 된다. 그런데 지방의 경우 산지→가락동 도매시장→지역도매시장→소매점이란 유통 단계를 더 거치게 되어 자기 지역의 농산물을 서울보다 더 비싸게 주고 소비해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농산물이 지역도매시장으로 보내지지 않고 서울 가락동 도매시장으로 출하되는 이유는 첫째, 지역도매시장의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경우 춘천, 원주, 강릉 세 군데 지역도매시장이 형성되어 있어 농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 둘째, 지역 도매시장의 비싼 수수료 문제다. 가락동 도매시장은 수수료가 4% 수준인데 지역도매시장은 7%에 이른다. 비싼 수수료는 농민의 수입 저하로 이어진다. 셋째, 지역 도매시장의 하역 인력 부족과 시설 낙후로 인해 하역비용이 비싸다. 하역비용의 부담률도 출하자인 농민이 90%를 부담하는 구조여서 농민의 수입을 낮춘다. 넷째, 지역 도매시장의 처리 물량이 한정되어 ‘불락’에 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락이란 도매시장에 출하되었으나 낙찰받지 못하고 폐기되는 농산물을 의미하는데, 지역 도매시장의 경우 하루 처리 물량이 적어 자칫 농민들은 자신이 출하한 농산물을 낙찰받지 못하는 위험에 처할 수 있기에 기피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농민들은 농산물을 지역도매시장으로 출하하기보다 안전하고 이익이 더 나는 가락동 도매시장으로 보내고, 지역 주민들은 역전송 거래로 자기 지역의 농산물을 서울 시민보다 비싼 가격으로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역농산물 이용촉진 등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통해 소비자는 합리적인 구매를 할 수 있게 됐고, 농민은 다양한 판로를 통해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역도매시장이 지닌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지역 주민들은 자기 지역의 농산물을 서울보다 더 비싼 가격에 소비해야 한다. 법률 제정도 중요하지만,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제도와 시설 마련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농민, 소비자 모두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지역 도매시장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지원이 시급하다.
주원기 생글기자(홍천고 2년) dnjsrl454@naver.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