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서 동작대교까지…한강 '최악의 녹조'

입력 2015-07-03 21:05  

극심한 가뭄에 댐 방류 적어 오염물질 쌓이며 녹조 발생
당분간 비소식도 없어 '막막'
서울시 "먹는 물은 문제 없어", 일부선 독성물질…경보 확대
환경단체는 수중보 철거 주장도



[ 강경민 기자 ]
40여년 만에 찾아온 극심한 가뭄으로 한강에 사상 최악의 녹조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당분간 비 소식이 없어 녹조현상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지만 먹는 수돗물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지난 2일 한강 조류(藻類)검사 결과 마포·한강대교 지점에서 조류의 일종인 클로로필-a와 남조류 세포수가 기준을 초과함에 따라 조류경보를 양화대교~동작대교 구간으로 확대 발령한다고 3일 발표했다. 앞서 시는 지난달 29일 한강 하류지역인 행주대교~양화대교 구간에 조류경보를 발령했다. 서울시가 관리하는 한강 구간에는 경보제도가 도입된 2000년부터 작년까지 총 8회 조류주의보가 발령됐지만 조류경보는 처음이다.

시에 따르면 마포·한강대교 지점에서는 클로로필-a가 ㎥당 46.7~52.1㎎, 남조류 세포수는 mL당 5972~1만163개 검출됐다. 조류경보는 클로로필-a가 mL당 25㎎, 남조류 세포수가 mL당 5000개를 초과할 때 발령된다. 남조류는 흔히 신경독소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인체에 유입되면 호흡곤란과 신경전달장애를 일으킨다. 엽록소 같은 녹조류는 물의 흐름을 막고 악취를 유발해 생태계를 파괴한다.

지난달 30일 한강 하류에서 채취한 조류에서 일부 독성물질이 검출됐다. 마포대교 하류 구간에서 채수한 시료에서는 독성물질의 일종인 마이크로시스틴-LR이 L당 0.6~2.0㎍ 검출됐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남조류가 분비하는 간 독성 유해물질로, 안전 기준은 L당 1㎍ 이하다.

서울시는 “마이크로시스틴의 독성 농도가 기준을 약간 넘은 수준으로 아직 미미하다고 판단된다”며 “조류독소는 정수처리를 거치며 완전히 제거되는 만큼 먹는 물의 안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민의 상수원인 한강 상류에서는 환경부 조사 결과 측정지점 3곳(팔당댐 앞, 남한강 월계사, 북한강 삼봉)에서 남조류 세포수와 클로로필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은 안전한 상태로 나타났다.

김학진 서울시 물관리기획관은 조류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가뭄으로 팔당댐 방류량이 예년의 6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한강의 흐름이 정체돼 있는 것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며 “당분간 큰 비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녹조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 등 중부지방에 내린 강수량은 최근 30년래 평년치의 50~60%에 불과하다.

환경단체들은 “한강 하류의 신곡수중보가 물의 흐름을 막고 오염물질을 쌓아 녹조현상이 발생했다”며 “보를 시급히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곡수중보는 1988년 김포대교 부근에 북한의 반잠수정을 막는 등 국가안보와 유람선 운항을 목적으로 설치됐다. 한강 수량을 유지하고 바닷물 유입을 막는 역할도 한다.

김 기획관은 “신곡수중보가 녹조 발생을 심화했을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근본적인 문제는 팔당댐의 방류량이 줄어든 데 있다”고 설명했다.

■ 녹조(綠藻)

호수나 하천에서 서식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인 조류의 일종. 개체 수가 크게 늘어나면 물빛을 녹색으로 변화시킨다. 마이크로시스티스 등 일부 녹조류(남조류)는 인체에 해를 끼치는 독성물질을 지니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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