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리아는 원래 남미 지역에 사는 동물이다. 스페인 말로 수달을 뜻한다. 몸길이가 100㎝ 정도이고 털은 갈색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군인들의 방한복용으로 뉴트리아 모피가 많이 쓰이면서 세계 각국에서 사육됐다.
우리나라에선 1987년 불가리아에서 60마리를 수입해 충남 서산에서 키우기 시작했다. 2001년 정부가 뉴트리아를 축산법상 가축으로 지정할 당시 470여 농가에서 15만여마리를 사육할 정도였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뉴트리아 모피에 대한 수요가 떨어지고 식용으로도 팔리지 않자 농가는 뉴트리아를 방사했다. 더운 지방 동물이라 겨울이 되면 자연 폐사할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러나 천적이 없는 환경에서 뉴트리아는 살아남았고 곡식과 채소를 뜯어먹으며 농가에 피해를 줬다. ‘괴물쥐’라는 별명이 붙은 건 이때다.
결국 환경부는 2009년 6월 뉴트리아를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했다. 특히 뉴트리아가 우포늪에 많이 나타나자 부산과 김해 등 지자체는 마리당 포상금 2만원을 내걸고 박멸에 나섰다. 6000여만원을 포상금으로 받은 사람까지 나왔다.
소위 생태계 교란종은 인간이 필요해 도입했다가 방치해 문제가 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큰입배스와 황소개구리도 뉴트리아와 같은 길을 걸었다.
큰입배스는 1970년대 어업자원 활용 목적으로 도입했다. 그런데 육식성이 워낙 강해 토종어류의 치어와 알까지 마구 잡아먹어 문제가 됐다. 정부는 1998년 큰입배스를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했다. 황소개구리도 원래 식용으로 수입했다. 그런데 야생에서 많이 자라면서 곤충 달팽이 물고기 개구리 등을 마구 잡아먹어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 됐다. 황소개구리 역시 1998년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됐다.
최근 강원도의 한 저수지에서 육식어종 피라니아가 발견돼 화제가 되고 있다. 아마존의 호수에 들어갔다 피라니아에 물려 죽은 사람들 이야기는 공포 소설이나 영화의 단골 소재다. 당국은 관상용으로 기르다 저수지에 방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하다. 자체적으로 국가 간 이동이 어려운 동물의 경우는 들여온 사람이 분명히 있다. 외래종 논쟁으로 환경문제를 이슈화하려는 시도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 생태계 교란이란 것도 크게 보면 걱정할 일이 아니다. 오늘도 강태공들은 ‘손맛’을 기대하며 배스를 낚으러 나가고, 배스는 황소개구리 올챙이를 먹어치우고 있다. 뉴트리아는 다른 의미로 농가소득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세상 생태계는 그렇게 다시 돌아간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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