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준으로 규제 완화를"…공정위에 쓴소리한 재계

입력 2015-07-05 20:59  

현장에서

황정수 경제부 기자 hjs@hankyung.com



[ 황정수 기자 ] 김학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공정위 업무개선 간담회에서 10분에 한 번꼴로 “공감한다”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들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공정거래 관련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쏟아낸 데 대해 호응했다.

공정거래법의 ‘독과점 사업자 추정 요건’은 글로벌 스탠더드와 동떨어진 대표적인 조항으로 지적됐다. 공정거래법 4조2항은 ‘시장 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인 세 개 이하 사업자’를 독과점 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점유율 합계로 독과점 사업자를 규정하고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신석훈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시장 점유율이 10%인 3위 업체도 법 조항에 따라 독과점 사업자로 규정돼 규제를 받는데, 이 기업이 과연 시장을 움직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지식재산권의 부당한 행사에 대한 심사 지침’도 글로벌 스탠더드와 맞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침은 대체가 가능하고, 시장성, 소비자 선택, 기술력에 근거해 특허를 받은 기술까지도 표준기술로 정의한다. 표준기술은 프랜드조항(특허권자가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조건으로 특허료를 부과할 의무)이 적용된다. 이규호 중앙대 교수는 “국내 혁신 기업들이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할 동력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 국내 기업들의 권익 보호에 힘써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최병석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장(부사장)은 “주미·주중 대사관, 유럽연합(EU)대표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빼면 경쟁관이 파견된 곳이 없다”며 “신흥국에선 공정위 관련 업무에 힘든 점이 생겨도 호소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경제검찰’로 불리는 기업의 ‘슈퍼 갑(甲)’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공정위 2인자에게 당부의 형식을 빌려 ‘쓴소리’를 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일부 규제가 기업을 옥죄고 있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한 참석자는 “공정거래법은 1981년에 제정된 오래된 법”이라며 “현실에 맞춰 전면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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