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자본 놀이터 된 한국…경영권 승계기업 집중 표적
"엘리엇, 협공세력 찾는 중" 뉴욕·홍콩서 소문 파다
취약한 경영권 방어제도 탓
모비스 한달새 공매도 3배 ↑…차익 노린 헤지펀드 주도
[ 좌동욱 기자 ] ▶마켓인사이트 7월5일 오후 11시23분
삼성물산 지분 7.12%를 매입한 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반대를 선언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SDI와 삼성화재 지분도 약 1%씩 매입했다. 시가로 2000억원이 넘는 규모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최근 삼성물산 외에 삼성SDI와 삼성화재 지분 각 1%를 사들였다. 지난 3일 종가 기준으로 삼성SDI는 773억원, 삼성화재는 1380억원어치다. 지난해 말 이들 회사의 주주명부엔 없었다.
삼성SDI와 삼성화재는 각각 삼성물산 지분 7.18%와 4.65%를 보유한 대주주라는 점 때문에 목적이 있는 지분 투자라는 분석이다.
대형 로펌의 한 관계자는 “상법상 지분 1%를 갖고 있는 주주는 이사(위법행위 유지청구소송)와 회사(주주대표 소송)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며 “오는 17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주주총회 전후 다양한 법적 대응에 나서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엘리엇은 다른 헤지펀드도 ‘우군’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글로벌 헤지펀드의 홍콩 지사에서 근무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엘리엇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에 반대하는 우호 세력과 손을 잡았다는 얘기가 뉴욕과 홍콩에 퍼져 있다”며 “삼성을 협공할 세력을 확보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엘리엇과 비슷한 성향의 헤지펀드인 메이슨캐피털도 삼성물산 지분 2.2%를 최근 매입했다. 엘리엇과 메이슨은 지난해에도 미국 정보기술(IT)업체인 EMC 주식을 함께 사들인 뒤 자회사 매각을 요구하는 등 공동보조를 취했다. 영국계 헤지펀드 헤르메스도 지난 3일 삼성정밀화학 지분 5.02%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투자목적’이라고 공시했지만, 엘리엇 측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넥서스의 지원을 받고 있어 다른 의도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그룹 계열사뿐 아니라 다른 국내 대기업들도 헤지펀드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게 국내외 헤지펀드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삼성처럼 경영 승계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주된 표적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 3일까지 한 달간 공매도 거래가 총 2460억원에 달했다. 올해 1~5월 월평균 거래량(1216억원)의 두 배 규모다. 현대모비스의 공매도 거래량도 375억원(1~5월 평균)에서 1083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대주주 지분이 많은 글로비스의 片킵?거래량엔 변화가 없었다. 공매도 거래는 헤지펀드들이 즐겨 쓰는 투자 수법이다.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 이튼파크 출신의 한 홍콩 헤지펀드 대표는 “통상 엘리엇이 주식을 매집하면 비슷한 행동주의 헤지펀드들도 엘리엇을 따라 주식을 사고판다”며 “전체의 95%는 단기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라고 설명했다.
국내 자본시장이 해외 헤지펀드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는 우려도 높다. 국내 3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의 한상원 대표는 “낮은 대주주 지분율과 취약한 경영권 방어제도, 보유기관과 관계없이 주식 매매에 대해 양도 차익을 부과하지 않는 조세제도 등의 요인으로 한국 기업이 해외 투기자본의 주된 공격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헤지펀드뿐 아니라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PEF)도 국내 대기업 경영권에 ‘군침’을 흘린다. 지난해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가 오비맥주 경영권을 매각해 4조원의 차익을 거둔 게 알려진 뒤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가진 PEF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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