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상대 ISD소송 대응예산 벌써 '바닥'

입력 2015-07-06 21:30  

정부, 올 예산 112억 모두 써 예비비 76억 편성
대부분 법률자문 비용…전체 예산 400억 넘을 듯



[ 김주완 기자 ]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소송(ISD)이 장기화하면서 법률 자문비용 등에 투입되는 관련 예산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미 200억원을 훌쩍 넘었고,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소한 400억원은 필요할 전망이다. 정부가 단일 소송에 투입하는 비용으로는 사상 최대다. 비용을 아낄 수도 없다. 소송가액만 5조원에 달하고, 소송에 질 경우엔 수백억원에 달하는 론스타 측 소송비용도 한국 정부가 물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매년 예비비 추가 편성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주 ‘론스타 국제투자분쟁 중재 수행 및 대응 비용’으로 76억2000만원을 긴급 편성해 집행하기로 했다. 올해 관련 예산으로 112억3400만원을 편성했지만 상반기에 전부 써버렸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와 론스타 간 ISD는 LSF-KEB홀딩스 등 론스타의 벨기에·룩셈부르크 자회사 여덟 곳이 한국 정부가 2012년 외환은행 매각을 지연시키고 부당하게 세금을 매겨 46억7900만달러(약 5조2652억원) 상당의 손해를 봤다며 같은 해 11월 세계은행 산하 중재기구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중재를 신청한 데서 비롯됐다. 지난 5월 첫 구두심리가 끝났고 최종 결과는 올해 말에 나올 예정이다.

정부의 ISD 대응을 위한 예비비 지출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소관 부처인 법무부가 해당 소송의 예산을 적게 편성한 탓이다. 관련 예산이 처음으로 편성된 2013년에는 39억6000만원을 책정했지만 결국 예산이 부족해 예비비로 7억9700만원을 더 썼다. 지난해에도 처음에는 59억5000만원을 편성했지만 추가로 예비비 46억5500만원을 투입했다. 지금까지 관련 비용으로 265억9600만원을 썼고 올해 책정된 예비비만 집행해도 총 비용은 342억1600만원으로 불어난다. 기재부는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관련 비용이 적어도 400억원은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송가액이 5조원을 넘기 때문에 소송비용을 아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80% 이상이 법률자문비용

ISD 대응 예산의 대부분은 법률자문비용으로 쓰인다. 법무부가 박주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관련 예산의 80% 이상을 법률 자문을 해주는 법무법인 태평양(국내)과 아널드앤드포터(국외)에 지급했다. 태평양 변호사 일곱 명에게 시간당 수당으로 44만원씩 줬다. 아널드앤드포터 변호사 일곱 명의 시간당 수당은 608달러(약 68만원)였다.

중재재판 진행을 위해선 별도의 행정비용도 지급해야 한다. 중재비용으로 분기마다 12만5000달러(약 1억4000만원)를 ICSID에 지급하고 있다. 중재인의 하루(8시간 기준) 보수인 3000달러(약 337만원)도 한국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

재판 진행 중에도 돈이 들어간다. 재판에서 한국 정부를 위해 론스타 주장을 반박하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직접 재판정에서 증언하는 전문가에게도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시간당 400~750달러(약 45만~84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말까지 종결된 ISD 356건 중 132건(37%)은 국가가 승소했다. 투자자가 승소해 해당 국가로부터 금전적 보상을 받은 경우는 89건(25%)이었다. 7건(2%)은 투자자가 승소했지만 금전적 보상을 받지 못했다. 화해로 끝난 경우는 101건(28%)이었다. 나머지 29건(8%)은 중재 절차가 중단됐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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