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색된 한일관계, 자동차산업으로 풀자 … 한·일 아이치 경제교류회의 개최

입력 2015-07-07 06:59   수정 2015-07-07 09:21



지난 2일 찾은 일본 나고야 인근 다카하마시의 도요타자동차 L&F 공장. 지게차를 생산하는 이 공장은 바닥 색깔을 역할별로 나눈 게 특징이다. 초록색은 작업 공간, 파란색은 보행도로, 빨간색은 부품 운송로로 지정했다.

불필요하게 동선이 겹치는 경우를 방지해 작업 효율성을 높였다. 초록색 작업 공간을 따라가면 지게차 완성과 품질 검사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날 현장시찰에 참석한 밀봉 기계부품 생산업체 진양오일씰의 이상우 전무는 “시작부터 끝까지 한 번에 순환되는 구조의 제조 공정 흐름을 눈여겨봤다. 제조 공정 리모델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사흘간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에서 열린 한·일(아이치) 경제교류회의에선 비즈니스 상담회, 경제협력 세미나, 현지 제조업 현장시찰까지 다양한 행사가 마련됐다.

이번 경제교류회의는 중소기업의 대일 수출 확대를 돕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일경제협회,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등이 주최했다. 한·일 양국 자동차 부품 및 완성차 업체와 관련 대기업, 중소기업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 완성차 업체와 중소 자동차 부품기업 '만남의 ?#39;



일본 자동차 산업의 시발점인 나고야의 특성을 살려 자동차 업체들이 만나는 자리가 하이라이트였다. 경제교류회의 둘째 날 열린 기업 상담회에 참석한 자동차 전장부품 생산업체 덕일산업의 박종구 상무는 “상담회를 통해 최신 기술 동향을 알게 됐다. 일본 기업들과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귀띔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화신의 정선화 주임도 “중소기업인 부품업체들이 평소 만나기 어려운 대기업 완성차 업체와 함께 정보를 교류하고 상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양국 업체들이 모이는 자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도 비슷한 성격의 행사를 개최해 왔지만 완성차 업체는 일본 쪽에서만 참여해 ‘반쪽짜리’ 행사였다. 이번 경제교류회의 일환으로 열린 상담회엔 국내 완성차 업체도 함께 자리해 일본측 부품업체들이 크게 반겼다.

유예진 코트라 나고야무역관 차장은 “그간 코트라도 유사한 상담회를 열었는데 완성차 업체로는 일본 기업만 참여했었다. 이번에 현대자동차 도쿄법인이 합류해 보다 의미 있는 교류가 됐다”고 설명했다.

◆ 일본 '모노즈쿠리' 국내 기업 이식으로 분위기 전환


이날 상담회 이후 열린 경제협력 세미나에선 ‘모노즈쿠리’를 적용한 기업들의 사례가 발표됐다. ‘물건 만들기’란 의미의 모노즈쿠리는 일본의 장인정신을 상징한다.

앞서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은 관련 교육과정을 개설해 국내 기업들에 모노즈쿠리의 장점을 이식하는 데 힘써왔다. 한국측 협력사례 발표자로 나선 박진홍 네오티스 상무는 “모노즈쿠리 교육과정이 새로운 사고와 분위기 전환을 가져왔다. ‘3정(정위치·정품·정량) 5s(정리·정돈·청소·청결·습관화)’ 도입으로 품질 혁신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경제교류회의 마지막 날엔 현장시찰이 이어졌다. 자동차 브레이크를 생산하는 부품업체 애드빅스는 현장 한 켠에 전날 발생한 불량품을 전시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했다. 불량률 제로에 도전하는 모노즈쿠리가 작업 현장에 녹아든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이번 행사의 일본 주최측 오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는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종윤 한일경제협회 부회장을 만나 경제교류회의를 제안받았다” 면서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양국 경제 교류를 활성화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나고야= 장세희 한경닷컴 기자 ss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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