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프리카가 등장한 방송은 요리 프로그램을 만드는 교양프로그램도, 예능프로그램도 아닌 드라마다. 요즘 안방극장은 쿡방(COOK방송의 줄임말)에 이어 쿡드라마가 점령했다.
쿡드라마의 선두주자는 2003년 방송된 MBC ‘대장금’을 꼽을 수 있다. ‘대장금’은 한국의 음식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한류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어 MBC ‘내 이름은 김삼순’(2005년)으로 쿡드라마 흥행 전성시대를 열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노처녀 파티쉐 김삼순(김선아 분)의 일과 사랑을 유쾌하게 그려내며 큰 인기를 끌었다.
MBC ‘커피프린스1호점’(2007년)은 커피를 드라마 전면에 내세워 쿡드라마의 명맥을 잇는다. 2008년 만화 원작의 SBS ‘식객’은 쿡방의 흥행을 이었다.
이후 2012년 MBC ‘신들의 만찬’, 2013년 ‘식샤를 합시다’ 순으로 쿡방과 함께 먹방이 결합된 프로그램이 선을 보였다. 맛있게 요리하는 장면과 함께 맛있게 먹는 장면을 그대로 드라마에 담았다. ‘식샤를 합시다’는 2015년 시즌2로 안방극장을 다시 찾아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근 눈길을 끄는 쿡드라마는 MBC ‘여왕의 꽃’과 SBS ‘심야식당’이 있다. MBC ‘여왕의 꽃’은 스타 쉐프인 레나정(김성령 분)의 사랑과 꿈, 그리고 꿈을 위해 딸을 버려야 했던 인생사를 요리에 담아내고 있다. 매회 맛있는 요리를 직접 만들기도 하고, 각각의 재료에 대해 설명을 덧붙여 보는 이들로 하여금 다양한 시청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
드라마 속 연기자들은 직접 요리를 하며 “면역력에 좋은 파프리카”라며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등의 정보를 대사로 설명하고 있다.
SBS ‘심야식당’은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로 일본에서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될 만큼 인기 있는 콘텐츠다. 지난 주 첫 방송된 ‘심야식당’은 마스터(김승우 분)가 식당을 찾은 손님에게 따뜻한 마음을 담은 요리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힐링 드라마를 그리고 있다.
마스터의 개입이 아니더라도 손님과 손님이 서로를 치유해준다. 이들 사이엔 저마다의 히스토리를 담은 요리가 둘을 연결해준다. 소녀가장이었던 불운의 하이틴스타 정은수(심혜진 분)는 비오는 날 밤 동생들과 함께 먹던 메밀전을 먹으며 힐링을 한다. 은수는 식당에서 만난 배우 지망생 유정(차두리 분)이 예전 자신의 모습과 닮아 있는 걸 보고 돕게 된다. 유정의 힐링 음식이 동생들과 함께 먹는 열무비빔밥이라는 사실을 알고 눈여겨 본 것이다.
요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쿡드라마의 성공은 쿡방의 성공보다 더 큰 의미를 담고 있다. 복합 문화콘텐츠로 드라마에 요리문화를 함께 알릴 수 있는 한류매개체인 것이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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