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다 홀컵 보는 데 집중해야 퍼팅 잘하죠"

입력 2015-07-08 21:36  

이관우 기자의 맞짱골프 (2) '독학골프 대부' 김헌 마음골프 교장

퍼팅 시간 배분은 공 보기 1 : 홀컵 보기 9
빈 스윙 세번 후 공 치는 '3빈 1타'로 스윙 연습을
그립은 손목 힘 빼고 엄지·검지는 V자 밀착



[ 이관우 기자 ] 지난 1일 오전 경기 시흥시 솔트베이GC. 약속시간보다 40분 먼저 와 그린을 읽던 그가 악수를 청했다. “나 김헌이오.”

김헌(55). 베스트셀러 ‘골프천재가 된 홍대리’의 저자이자 마음골프학교 설립자인 ‘독학골프계’의 전설적 고수다. 그는 혼자 골프를 익혀 스크래치골퍼(핸디캡 0)의 경지에 올라섰다.

클럽조차 잡아보지 못한 채 첫 라운드를 나가야 했던 2009년 7월이었다. 급히 인터넷을 뒤지다 발견한 동영상이 당시 초보골퍼들에게 ‘명작’으로 불렸던 ‘일주일 만에 머리올리기’였다. 동영상을 보고 또 보며 1주일이 지난 뒤 처음 나간 필드에서 124타를 쳤다. ‘미친 스코어’라는 동반자들의 호들갑이 뒤따랐다. 그때의 우쭐함이 어처구니없는 착각이었음을 깨달아갈 즈음 ‘옛 스승’을 실전에서 맞닥뜨린 것이다. 반가움과 두려움, 호기심이 뒤섞인 감정이 샘솟기 시작했다. 그는 구세주일까, 냉혹한 승부사일까.

첫 번째 홀. 천천히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티샷한 볼이 왼쪽으로 휘었다. 연습장에선 잘 맞던 공이 필드만 나오면 ‘와이파이’처럼 사방으로 퍼지는 ‘훅 병’이다. “제가 구장을 좀 넓게 쓰는 편이죠, 허허!” 겉은 웃었지만 속은 타들어갔다.

그는 말없이 티샷을 했다. 낮게 출발한 공은 2단 분리 로켓처럼 한 번 더 상승하더니 페어웨이를 반으로 갈랐다. 비거리(230m)는 비슷했지만 스윙의 질이 달랐다. 자연스러운 피니시가 시선을 확 끌었다. 그 연배의 골퍼들에게선 보기 드문 유연함이었다. 비결이 뭘까. 벙커를 전전하던 기자가 3번홀과 5번홀에서 더블 보기를 적어내고 나서야 그가 입을 뗐다.


“힘부터 빼야 해요. 헤드는 들었다가 놓기만 해도 디벗이 생기는데 불안감 때문에 아이언에도 힘이 들어가는 겁니다.”

그러고는 그립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립부터 다시 잡아야겠네.”

꽉 잡는 것과 견고하게 잡는 건 천양지차라는 얘기였다. 그는 “노 에어(no air)를 생각하라”며 “공기가 손바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손과 손의 마찰력을 이용하면 견고하게 그립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힘은 얼마나 빼야 하는 걸까. 그는 악수를 청하더니 맞잡은 손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손목 힘이 슬슬 빠지기 시작했다. “힘이 다 빠진 상태, 이걸 기억해두라”고 그는 설灼杉? 특히 엄지와 검지를 서로 V자 형태로 밀착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로들이 엄지와 검지가 갈라지는 부분을 꿰맨 장갑을 끼고 연습하는 것도 ‘살살 견고하게’ 잡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기초공사가 잘못됐으니 스윙도 문제다. 타깃 방향을 12시라고 가정할 때 7시(인)에서 들어온 헤드가 1시(아웃) 방향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악성 훅이 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궤도를 인(7시)-아웃(1시)-인(11시)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

그는 기자를 티잉 그라운드 근처 광고판(A보드) 앞에 세우더니 “광고판을 때리지 않되 헤드가 살짝 스치도록 스윙을 해보라”고 주문했다. 처음엔 광고판을 때리던 헤드가 10여차례 스윙을 거치는 동안 조금씩 인-아웃-인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궤도를 완성하는 데 꼭 필요한 게 빈 스윙이다. 그는 세 번 빈 스윙을 한 뒤 한 번 공을 때리는 이른바 ‘3빈 1타’를 추천했다. 빈 스윙 비중을 늘리면 늘릴수록 궤도 역시 쉽게 완성된다는 얘기다.

전반전이 5오버파로 끝나자 ‘지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두 가지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먼저 퍼팅이다.

“공은 절망이고 홀컵은 희망입니다. 홀컵을 보는 데 퍼팅시간의 90%를 할애해야 합니다.”

눈으로 얻은 직관적 정보에 따라 몸이 알아서 움직이는데도 아마추어들은 곧잘 이 본능을 잊어버린단다. 홀컵을 많이 보면 거리감이 배는 좋아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한 손으로 홀컵을 보고 퍼트하는 연습이 효과적이라고 권했다.

덕분일까. 후반 파 행진이 시작됐다. ‘아우디’와 ‘올림픽’을 넘어 ‘손님 끊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6개홀 연속 파다. 18홀을 끝내고 받아든 성적표는 7오버파 79타. 지난번(87타)보다 나빠지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는 73타로 경기를 마쳤다.

더 중요하다던 두 번째 문제가 궁금했다. “세 가지를 포기하면 골프가 행복해질 겁니다. 똑바로 치겠다는 욕심, 멀리 보내겠다는 욕심, 굿샷이라는 주변의 환호에 대한 욕심입니다.”

스승은 구세주였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장소협찬 = 솔트베이골프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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