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 & Mobile] 데이비드 리 "10대 때 창업 단맛·쓴맛 다 봐…'스타트업 허브' 한국 오길 잘했다"

입력 2015-07-09 07:01  

'K-스타트업' 키우는 외국인 열전 (4) 데이비드 리 쉐이커미디어 대표

겁없던 캐나다 소년
14세 때 창업한 스타트업, 나스닥 상장업체에 매각

한국 투자환경 덕 '톡톡'
엔젤 등 투자가 네트워크 탄탄…페이스북 부사장 등도 투자

글로벌 광고 플랫폼 '꿈'
국내외 디자이너와 손잡고 소상공인 광고 동영상 제작
美·日·대만으로 사업 확장



[ 최유리 기자 ]
“All eyes on Korea start-up(세계의 눈이 한국 스타트업에 쏠려 있습니다).”

동영상 제작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쉐이커미디어를 이끄는 데이비드 리 대표의 말에는 확신이 묻어났다. 캐나다와 미국에서 화려한 이력을 쌓은 그는 스타트업 허브로 주저없이 한국을 지목했다. 창업 경험을 쌓은 인재와 투자금이 한국으로 모이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확신의 뿌리는 리 대표의 롤러코스터 같은 경험에 있다. 14세 때 재미삼아 창업을 시작해 스타트업의 단맛과 쓴맛을 모두 본 그다. 창업한 회사를 나스닥 상장 업체에 매각했지만, 이후 사업 실패로 번 돈을 모두 날리기도 했다.

한국에 정착한 戮?롤러코스터는 이제 상승 구간을 앞두고 있다. 손쉬운 영상제작 도구를 개발해 기업 홍보 도우미로 나서면서다. 서울 서초구에 자리 잡은 쉐이커미디어 사무실에서 리 대표를 만났다.

실리콘밸리 뺨치는 한국의 투자환경

리 대표의 한국행은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됐다. 캐나다에서 사용하던 영상회의 서비스가 불편해서 건 항의전화였다. 한국 지사에 전화해 서비스 개선안을 제시했고, 회사 측은 직접 일해 보면 어떻겠느냐고 거꾸로 물었다. 뜻밖의 제안에 그는 바로 다음주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용자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아 사업에 실패했던 경험이 유난스러움을 그의 몸에 배게 했다.

“한국에 오니 다시 제 사업을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꿈틀거리더군요. 혁신하고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매우 빨랐기 때문이죠. 기술 인프라도 잘 갖춰졌고 우수한 인재도 많아요. 최고를 이뤄내고 싶은 사람들에겐 머물기 좋은 환경입니다.”

그 무렵 리 대표는 문득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영화사에서 일하던 매형과의 대화에서 영상의 힘을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텍스트나 이미지보다 동영상 광고 클릭률이 3배 높다는 것에서 착안해 동영상 제작 플랫폼을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한국에 지인 하나 없던 그는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 발로 뛰었다. 포털 사이트에서 업계 관계자의 연락처를 검색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들의 인맥도 십분 활용했다.

그 결과 쉐이커미디어는 국내부터 해외까지 다양한 경로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NHN인베뵈?廊? 포스코기술투자, 당시 페이스북 부사장이던 존 라거링, 실리콘밸리 대표 액셀러레이터이자 500스타트업 대표인 데이브 매클루어 등이 투자했다.

“한국의 투자 환경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뒤지지 않습니다. 스타트업 관계자와 엔젤투자자, 기관투자가들이 잘 얽혀 있기 때문이죠. 이들 사이에서 정보가 퍼져 나가는 속도가 빠르고요. 네트워크 덕을 톡톡히 봐 한국에서 다시 시작하길 잘했 다고 생각합니다.”

중졸 대표와 뭉친 세계 디자이너들

투자를 유치한 리 대표는 인재 모으기에 나섰다. 중학교 졸업으로 학업을 마친 그는 스펙보다 능력에 무게를 뒀다. 21명의 직원 중 대학 졸업자는 4명뿐이다.

능력을 우선시하면서 탄탄한 디자이너들도 쉐이커미디어와 손을 잡았다. 영상 경쟁력이 디자인에 달린 만큼 국내외 모션그래픽 디자이너들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디자이너들은 매주 쉐이커미디어 플랫폼에 영상 템플릿을 올린다. 이용자는 원하는 템플릿을 선택·조합해 동영상 광고를 제작할 수 있다. 제작한 그래픽을 조합해 파워포인트 문서를 작성하는 것과 비슷하다. 간편한 방식으로 10~15분이면 5분 분량의 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광고 제작사에 의뢰하면 평균 300만원의 비용이 듭니다. 반면 쉐이커미디어를 이용하면 비용을 5만원까지 줄일 수 있죠. 시간과 비용이 제한적인 소상공인들에게 적합한 도구예요. 동네 냉면집, 자동차 대리점 등이 실제 쉐이커미디어의 고객입니다.”

디자이너들과 상생할 수 있다는 점도 리 대표가 자부심을 갖는 요인이다. 디자이너가 만든 템플릿을 고객이 구매하면 수익의 70%를 분배하기 때?甄?

쉐이커미디어는 최근 미국 일본 대만 등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이 많은 일본에서 주목받았다. 전체 이용자의 절반은 국내에서, 나머지는 일본과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 각국 디자이너들로부터 다양한 템플릿을 확보한 것이 무기가 됐다. 동영상 광고로 소상공인들은 사업을 확장하고 영상 디자이너는 1인 창업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스토어를 통해 전 세계 개발자와 이용자들이 연결되는 시대입니다. 쉐이커미디어는 디자이너와 소상공인을 이어주는 또 다른 플랫폼이죠. 이미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가 된 한국에서 새로운 연결이 시작될 것입니다.”

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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