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관심사입니다. 조기교육, 영재교육부터 초·중·고교, 대학, 평생교육까지 교육은 '보편적 복지' 문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계층과 지역간 교육 인프라와 정보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한경닷컴은 다양한 교육 문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김봉구의 교육라운지'를 연재합니다. 입시를 비롯한 교육 전반의 이슈를 다룹니다. 교육 관련 칼럼과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Q&A 등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기말고사가 끝나면 곧 여름방학이다. 방학이되 고3에게 쉬는 건 사치다. 고3의 여름방학은 대입 수시모집 준비와 동의어다. 수시 원서접수 기간은 9월 초. 하지만 방학 동안 6번의 지원기회를 어떻게 쓸지 전략을 짜야 한다. 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쓰고 다듬는 데 또 한 세월이다.
대학 수학능력시험보다 수시 준비에 우선순위를 두는 분위기는 그 문이 넓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이번(2016학년도) 입시에서 정확히 3명 중 2명(66.7%)을 수시로 뽑는다. 평균이 그렇고, 소위 명문대의 수시 선발비율은 더 높다.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는 모두 70%를 웃돈다.
그렇다고 해서 ‘정시는 수능, 수시는 학생부 위주’란 공식만 떠올리고 “내신 잘하면 SKY 가겠네”라고 단정하면 곤란하다. 한 입시업체가 분석한 상위 10개 대학의 수시전형 선발인원을 보면 절반(48.2%)이 학생부종합전형이다. 이 전형은 입학사정관제에서 명칭이 바뀐 것이다. 논술전형(29.5%) 비중도 높다. 반면 정말 내신 위주인 학생부교과전형은 10%밖에 안 된다.
방학 동안 열심히 자소서를 써야 하는 대다수 전형이 바로 학생부종합전형에 속한다. 자소서를 채우려면 스펙이 필요하다. 독서, 동아리, 체험활동 같은 각종 ‘비교과 스펙’이 있어야 한다. 논술전형 준비도 만만찮다. 교과 공부만 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대부분 학력고사 세대인 학부모들은 이 대목에서 자신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자녀입시에 손을 놓는다. 자녀가 초등학생 때부터 각 전형에 맞춰 ‘세팅’이 돼야 한다는 엄포에, 대입전형이 줄잡아 3000여개에 달한다는 얘기까지 들으면 엄두가 안 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일까. “차라리 수능 성적으로 커트라인 맞춰 뽑는 게 마음 편하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이런 학부모들은 최근의 쉬운 수능 기조도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대입 선발기준을 수능으로 일원화해 사교육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변별력을 높여 ‘실력대로 공정하게’ 뽑자는 것이다.
심정은 이해된다. 당초 다양한 수시전형의 핵심은 창의적 인재를 뽑자는 것이었다. 입학사정관제도 성적순 줄 세우기를 벗어나자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실제 상황은 달랐다. 준비가 까다로운 애로점 때문에 스펙 사교육이 벌어졌다. 취지와는 달리 결과적으로 부모의 경제적·문화적 자본이 자녀의 대입을 좌우한다는 지적도 설득력 있게 제기됐다.
그러나 돌아가기엔 먼 길을 왔다. 더욱이 학력고사든 수능이든 그림자는 있었다. 혹시 지금 복잡해진 입시방식에 그때의 문제점을 외면하고 싶을 뿐 아닐까. 이미 입시지옥을 지나온 학부모 세대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기억상실증은 아닌지 곱씹어볼 일이다.
수능 성적으로 줄 세우기가 정말 공정한지도 짚어봐야 한다. 최근엔 강남 출신 수험생들이 수능 위주인 정시를 휩쓸고 있다. ‘수능 고득점=명문대 합격’이란 단순한 구조에 부모의 자본을 투입한 사교육의 결과물인 셈이다.
앞으로도 큰 틀에서 교육의 방향성은 입시 공정성보다는 창의성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수시 확대는 “수능 1점, 한 문제 차이가 그렇게 중요한가요?”란 질문을 던졌다. 질문방향 자체가 틀린 것 같지는 않다. 문제는 현실에서 그 방법이 잘 구현되느냐일 것이다.
물론 앞에서 열거했듯 현행 제도의 부정적 면도 있다. 하지만 바뀐 입시로 새로운 형태의 인재들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경우가 반대 사례보다 주목도가 낮아 덜 조명될 뿐이다. 최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수능 폐지를 주장해 주목받았다. 찬반이 갈리지만 ‘익숙한 입시지옥’으로 돌아가자는 것보다는 생산적 대안이 논의돼야 할 때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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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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