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남·북·러 3각협력 궤도에 올릴 대륙 횡단길

입력 2015-07-09 20:40  

유라시아친선특급 (3)

총연장 1만km 세계 최장 철길
에너지 네트워크로의 협력 확대
한반도 통일기반 구축 앞당길 것

박노벽 < 주러시아대사 >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세계 최장의 철길을 달리는 유라시아 친선특급 열차가 이달 중순 출발한다. 한·러 수교 25주년을 맞아 마련한 특급열차에는 1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각계각층 250여명이 블라디보스토크와 베이징에서 각각 출발해 이르쿠츠크에서 합류한 뒤 시베리아를 횡단, 모스크바를 거쳐 베를린으로 향한다. 광활하게 펼쳐진 대지를 가로지르는 기찻길은 표준시간대만 여섯 개를 지나는 총 연장 약 1만㎞의 세계 최장 철길이다. 미래는 자신의 꿈을 믿는 자의 것이라는 말이 있다. 친선특급 열차에 담을 우리의 꿈과 긴 여정 속에 그려갈 이야기는 어떤 것이 될까.

강력한 러시아를 만들겠다는 제정러시아의 꿈과 포부가 담겨 있는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개화기 대한제국의 염원과 아픔이 서려 있는 길이기도 했다. 1896년 니콜라이 2세 대관식에 제국의 대표로 참석한 민영환 특사가 귀국한 길이었고, 1907년 밀명을 받고 헤이그로 향한 고종 특사들의 비장함이 어린 길이었으며, 1937년 강제이주 당한 고려인 동포들의 눈물의 역사가 쓰인 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세계 10위권의 경제를 일구며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발전한 한국에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하나의 대륙, 창조의 대륙, 평화의 대륙을 구현하는 대동맥으로 상징되고 있다.

친선특급이 정차하는 도시마다 러시아인, 고려인 동포들과 함께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면서 소통, 미래,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행사가 펼쳐진다. 우수리스크 항일독립유적지를 탐방하고, 이르쿠츠크 고려인 동포와 함께하는 유라시아 대축제를 개최한다. 또 한·러 친선콘서트, 대학생 교류, 한식 홍보, 한국 영화제, 한국 관광사진전을 연다. 정부와 민간은 힘을 합쳐서 경제협력, 해운 및 철도 물류 네트워크, 산학협동 협력을 위한 다채로운 행사도 갖는다. 러시아 극동 개발의 중심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러 산학협동 상담회, 물류 중심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철도교통 세미나, 정치·경제 중심 모스크바에서 대표적 투자 성공사례인 칼루가주의 한국 기업 방문 행사를 한다.

수교 이후 25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한·러 양국은 중요한 고비마다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지난해 260억달러의 교역 규모와 사증 없는 인적 교류를 이뤄냈다. 이번 친선특급 열차 행사를 통해 한국과 러시아는 서로의 발전 잠재력을 재확인하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협력의 잠재력을 충분히 개발해 나가기 위한 지혜를 모으게 될 것이다.

친선특급 열차의 본선 출발지는 서울이 아닌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된다. ‘하나의 대륙, 평화의 대륙’을 실현하는 우리의 비전과 계획은 남북한을 잇는 한반도 종단철도의 복원을 통해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북한은 신뢰를 기초로 한 남북한 협력이 앞당겨질 수 있도록 하루빨리 핵무기를 폐기하고, 대립이 아닌 신뢰와 평화 정착의 길로 나와야 한다. 나진~하산 물류연계를 위한 시범사업을 발전시켜 철도·해운뿐 아니라 에너지 네트워크로 확대해 나간다면 남·북·러 3각 협력이 본궤도에 오를 것이다. 그러면 미래 성장동력 확보는 물론 끊어진 한반도의 맥을 회복하고, 평화로운 통일기반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번 여정은 친선특급 열차가 보여주고자 하는 소통, 미래, 평화라는 비전의 실현을 향한 대장정이 될 것이다.

박노벽 < 주러시아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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