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번 영국 재무장관 "국가가 빚 통제 못하면 빚이 국가를 통제"

입력 2015-07-09 20:42   수정 2015-07-13 09:19

'저세금·저복지' 예산안 발표

낮은 세금 부담
법인세율 20%→18%…상속세 부과 기준도 상향

적은 복지 혜택
복지예산 21조원 삭감…근로자 주택수당 4년 동결

생활임금제 도입
25세 이상 최저임금 인상…6.5파운드→9파운드



[ 나수지 기자 ]
영국 보수당 정부가 8일(현지시간) 세금을 줄이고 복지혜택을 축소하는 내용의 국가재정 개혁안을 발표했다. 2018년까지 300억파운드(약 52조원)의 예산을 절감해 ‘18년 만의 흑자 재정’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은 개혁안을 발표한 이날 하원 연설에서 “그리스의 위기를 보라”며 “국가가 빚을 통제하지 못하면 빚이 국가를 통제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의 발언을 “재정을 흑자로 돌려놓겠다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캐머런 총리는 “정부가 저소득층에서 세금을 걷은 다음 이 돈을 복지혜택이라고 돌려주는 ‘터무니없는 회전목마’를 끝내겠다”며 과감한 감세(減稅)와 복지지출 축소 공약으로 지난 5월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이끌어냈다.

○‘저부담·저복지 국가’로

이날 발표된 예산안은 19년 만에 보수당이 단독으로 의회에 제출한 것이다. 보수당 정책 방향이 오롯이 담겼다.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올해 예산안(4월~내년 3월 말)을 공개한 캐머런 정부가 이례적으로 여름에 개혁예산안을 내놓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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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은 ‘낮은 세금 부담’과 ‘적은 복지 혜택’으로 요약된다. 세금 부담을 덜어줘 기업 활동과 근로 의욕을 북돋고, 이를 통해 사회 전반의 생산성을 높여 임금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근로가 가능한 연령층의 가구당 연간 복지혜택 한도는 현행 2만6000파운드(약 4500만원)에서 런던지역 거주자는 2만3000파운드, 이외 지역 거주자는 2만파운드로 낮췄다. 저소득층 가정 출신 학생에게 주던 지원금은 내년 4월부터 대출로 바꾼다. 주택수당, 세금환급액은 4년간 동결하기로 했다.

세금은 적게 걷기로 했다. 현재 20%인 법인세율을 2017년 19%, 2020년 18%로 인하한다. 상속세 부과 기준은 현재 65만파운드에서 내년 4월부터 100만파운드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소득 상한선도 현재 1만600파운드에서 내년 4월 1만1000파운드로 높인다.

영국 보수당 정부는 이 같은 내용 등이 포함된 개혁을 차질없이 진행하면 2018년 국가재정을 흑자로 돌려놓을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정부지출을 130억파운드(약 23조원) 줄이고 복지지출은 120억파운드(약 21조원) 삭감한다는 계획이다. 또 탈세를 막아 50억파운드(약 8조원)를 추가로 확보하기로 했다.

○“일하는 사람 위한 정부”

이날 내놓은 예산안 말미에 ‘예상 밖의 정책’도 들어갔다. 노동당 공약이었던 생활임금제를 전격 도입한 것이다. 오즈번 장관은 25세 이상 모든 근로자의 임금을 현재 시간당 6.5파운드에서 내년 4월부터 7.2파운드, 2020년에는 9파운드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총선에서 노동당이 공약했던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8파운드로 인상한다’는 내용보다 파격적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에 대해 “보수당이 진정으로 근로자를 위한 정당임을 증명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복지혜택을 줄이되 일하려는 사람에게는 더 많은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고히 했다는 것이다.

영국 BBC방송은 생활임금제가 도입되면 영국 근로자 600여만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으로는 기업들이 앞으로 생활임금제 적용 대상이 아닌 25세 이하 근로자 채용을 늘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즈번 장관은 영국 경제가 올해 2.4%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3월 전망치인 2.5%에서 0.1%포인트 낮췄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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