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기기업체 서린메디케어 김병철 사장
1인 기업으로 첫발 내딛어 3년 만에 12개국 100만弗 수출
창업 초기 일손 부족했을 때 초등학생 아들·딸까지 거들어
고주파 초음파 등 이용한 비만관리기 멀티세이프 등 개발
2013년 서린바이오로부터 10억원 출자 받아 사명도 변경
[ 김낙훈 기자 ] 경기도 성남 상대원동에 있는 지식산업센터 우림라이온스밸리 2차. 이곳에 미용기기업체인 서린메디케어가 있다. 이 회사 브로슈어나 홈페이지는 영어 위주로 돼 있다. 생산제품을 대부분 수출하기 때문이다. 창업한 지 3년밖에 안 됐고 직원도 11명에 불과하지만 벌써 12개국에 진출했다. 비결이 뭘까.
2013년 7월 삼복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어느날. 경기도 성남공단 한복판에 있는 한 지식산업센터에 초등학생 둘이 들어섰다. 초등학교 1학년 남학생과 6학년 여학생이었다. 아빠를 도우러 온 것이었다. 이들의 아빠인 김병철 서린메디케어 사장은 1인회사 사장이었다. 말이 사장이지 근로자 겸 기술자였다. 그는 제품 배달을 위한 운전기사까지 1인 10역을 했다.
아들과 딸이 공장 막?달려온 것은 일손이 모자라서였다. 아내는 이미 땀에 흠뻑 젖은 채 일을 돕고 있었다. 아들은 제품에 스티커를 붙이고 딸은 포장일을 했다. 납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사람을 뽑을 돈도 없었고 시간도 없었다.
이때가 창업한 지 1년 되던 해다. 자금난에 허덕이던 중 때마침 주문이 들어와 눈코 뜰 새 없었다. 울릉도 출신인 김 사장은 부친이 빚보증을 잘못 서 가세가 기울자 전액장학금이 지급되는 금오공고 전자과를 다녔다. 해군 하사관 시절 야간 전문대를 졸업했고 기능장 자격증도 땄다. 학점은행을 통해 이공계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중소기업 연구소장을 거쳤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신제품 개발에 자신감을 갖고 창업했다. 이미 대출이 있는 소형아파트를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아 1억원의 종잣돈을 마련한 뒤 성남에서 창업했다. 하지만 자금은 금방 동났다.
김 사장은 “창업 후 몇 달 동안 집에 단 한 푼도 갖다주질 못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친척에게 돈을 빌려 생활비를 조달했다. 문을 두드린 몇몇 투자회사는 1인회사라는 말을 듣고 서류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돌려보냈다. 다행히 기술신용보증기금의 전문가가 기술력을 인정해 1억원의 보증서를 끊어줬으나 이 역시 금형제작 등에 쓰니 봄바람에 눈 녹듯 금세 사라졌다.
기술개발에는 자신이 있었다. 연구소장 시절 20여가지 제품을 개발해봐 신제품 개발에 경험이 많았고 현장경험이 풍부해 어떤 부품을 어디서 조달하는지 루트도 잘 알고 있었다.
창업 후 약 10개월 만에 전신 피부관리기기인 ‘멀티세이프’를 개발했다. 이에 대한 반응이 좋아 한꺼번에 40대를 주문받았다. 가뭄 속 단비였다. 하지만 불과 두 달 만에 납품해야 했다. 제품개발은 끝냈지만 이를 생산하려니 부품조달 조립 스티커부착 포장 운송 등 할 일이 태산 같았다. 공간이 부족해 급한 대로 인근의 빈 사무실을 빌렸다. 한두 달만 쓰려고 사람을 뽑을 수도 없었다. 우선 아내와 친인척을 불렀고 그래도 손이 모자라자 초등학생 아들과 딸까지 전부 호출한 것이다. 그 뒤 LG전자로부터 ‘미세광량측정장치’ 개발 주문을 받아 한 달 만에 이를 완성하고 자금난을 넘겼다.
김 사장은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기계 제어 소프트웨어 등 여러 분야를 직접 다뤄봤고 한번 기술개발에 나서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었다. 그는 “제품개발에 몰두해 1주일 동안 사무실에서 먹고자며 신제품을 완성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그의 열정이 힘을 발휘해서인지 막다른 골목에 부닥치면 지인을 통해 도움의 손길이 다가왔다. 수주를 도와줬고 부품업체를 연결시켜 줬다.
제품력을 인정받고 매출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하자 몇몇 기업으로부터 투자제의가 들어왔다. 김 사장은 이들 중 서린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2013년 말 약 10억원을 출자받았다. 그는 “‘인류의 생명연장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이 회사의 비전이 ‘안티에이징 사업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제 목표와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사무실을 넓은 곳으로 옮기고 사명도 투케이코리아에서 서린메디케어로 바꿨다.
러시아 라잔국립무선공학아카데미에서 진공 및 플라즈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광운대 공과대 교수를 지낸 이춘우 박사(58)를 고문으로 영입해 연구인력도 보강했다. 이 박사는 금오공고 선배다. 김 사장은 “이 박사를 영입한 것은 원천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라며 “전체 직원 11명 중 절반이 넘는 6명이 연구원인 것도 이 같은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제품은 크게 세 가지다. 전신피부관리기기인 ‘멀티세이프’와 이를 소형화한 ‘멀티세이프 미니’, 얼굴전용 관리기기인 ‘프로페이셜’이다.
김 사장은 “멀티세이프는 고주파·공압·초음파기능을 결합한 비만관리 장비이며 ‘슈퍼펄스’라는 특허기술을 사용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프로페이셜은 세안 등 네 가지 기능을 갖춘 복합기능제품”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제품을 개발해 창업 초기에는 타사를 통해 수출했으나 올해부터는 직접 수출에 나서고 있다.
김 사장은 “작년부터 국제미용기기전시회인 홍콩과 볼로냐의 ‘코스모프로’와 ‘두바이더마’에 출품해 바이어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소량이지만 미국 일본 터키 중국 싱가포르 태국 인도 이란 등 12개국에 수출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총판대리점 계약을 맺어 이 총판을 통해 미국 내 13개 대리점도 확보했다. 김 사장은 “미국 총판의 경우 30년간 의료기기 개발 및 판매를 하던 분으로 우리의 기술력을 인정해 현지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허 5건을 비롯해 11건의 지식재산권을 갖고 있는 서린메디케어는 몇몇 신제품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김 사장이 다양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은 기능인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는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 분야에서 장려상을 받은 것은 비롯해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상도 받았다. 우수기능인(노동부 장관)으로 선발됐고 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을 지냈다. 이런 과정에서 정보기술제품 및 산업용 장비, 의료 및 미용기기를 개발했다.
그의 꿈은 창의적인 제품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미용 및 안티에이징 기기로 승부를 거는 것이다. 그의 자산은 풍부한 현장 경험과 각계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금오공고 출신 기술인력 네트워크, 그리고 뜨거운 열정이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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