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원룸 전세비율 5%P 떨어져
1인 가구 많은 관악구는 월세 89%
저금리 속 월세가격은 소폭 하락
[ 윤아영 기자 ]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사는 미혼 직장인 A씨(31)는 거주 중인 오피스텔의 전세 계약기간 만료를 앞두고 지난달 내내 마음을 졸였다. 오피스텔 소유주가 순수 전세가 아닌 보증부 월세(반전세)로의 전환을 요구해 만료 한 달 전부터 원룸형 오피스텔 전세 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당산역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엔 원룸 전세 매물이 전무했다. 원룸 전세를 찾는 대기자가 너무 많아 전세 매물이 나올 경우 먼저 연락을 받기 위해 중개업소에 예약금 10만원을 걸어둬야 했다. A씨는 3주 동안 중개업소 연락을 기다렸지만 전세 매물이 나오지 않자 지금 살고 있는 집의 기존 전세금에다 매달 월세 10만원을 더 내는 조건으로 임대차계약을 연장했다.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원룸·오피스텔시장에서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심화되면서 전세보증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오피스텔·원룸 소유주들이 월세 전환에 잇따라 나서고 있어서다.
원룸·오피스텔을 주로 취급하는 모바일 부동산 중개앱인 다방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전역에서 등록된 부동산 매물 중 전세(월세 전환이 가능한 물량 포함) 비중은 15%로 지난해 9월 20.3%에 비해 5.3%포인트 떨어졌다.
서울에서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관악구와 영등포구는 전세 비중이 각각 11.2%와 17.6%로 작년 9월보다 27.6%포인트와 8.2%포인트 내려갔다. 전세로 등록된 매물 중엔 월세 전환이 가능한 매물도 포함돼 있어 실제 순수 전세 매물 비중은 더 낮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 상반기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량 중 전세 비중이 56.6%로 절반 이상인 점과 크게 대비된다. 한유순 다방 대표는 “원룸·오피스텔시장은 원래 월세 비중이 높지만 작년까지는 간간이 전세 매물이 나왔는데 올 들어 전세는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원룸·오피스텔 임대차가 순수 월세에 가까운 시장으로 변하고 있는 것은 저금리 이외에 원룸·오피스텔 소유주 및 세입자 특징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보증금 1억원 미만의 소형 오피스텔·원룸 소유주는 투자 목적이 대부분이어서 월세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또 주요 수요층인 대학생, 사회 초년생 등은 향후 몇 년 내 결혼 취직 등 신변에 변화가 생길 수 있어 전세를 구하지 못할 경우 집을 구입하는 게 아니라 반전세나 월세 전환을 쉽게 받아들인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전셋값이 높아지면서 매매 전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아파트시장과 다른 점이다.
한 대표는 “목돈이 필요한 집주인들 위주로 전세 물량이 일정 부분 존재했지만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전세보증금을 받아 은행 금리 수준의 수익을 내는 것보다 매달 월세를 받는 것이 집 소유주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크게 줄어든 원룸·오피스텔 전셋값은 훌쩍 오르고, 월세로 전환된 매물이 늘어나면서 월셋값은 이전과 비슷하거나 좀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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