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녹조 제거선(船)으로 '녹조라떼' 막는다

입력 2015-07-12 21:42   수정 2015-07-13 09:25

KIST·건기연·생명연 등
시기별 녹조 대응 기술 개발

황토로 만든 응집제 살포
응집된 녹조를 배로 수거
미역 활용 녹조 수준 낮추기도



[ 김태훈 기자 ]
하천에 녹조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일명 ‘녹조라떼’가 확산되면서 수돗물 안전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낙동강 유역은 이른 더위로 지난달 초부터 녹조현상이 시작됐고 올해는 한강 하류지역에서도 녹조가 대량 발생했다. 녹조가 생기면 하천 전체로 퍼져나가기 때문에 이를 원천 제거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정수장 취수구를 중심으로 낮은 비용으로 녹조를 효율적으로 줄이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독성물질 내뿜는 남조류

자연 하천에는 항상 일정 수준의 녹조가 있다. 문제는 녹조가 과도하게 발생해 하천을 뒤덮을 때다. 하수 등에서 인, 질산 같은 무기영양염류가 물속에 과다 유입될 때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 수온이 높을수록 광합성이 활발해져 녹조류나 규조류, 남조류가 크게 증가한다. 물의 흐름도 녹조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유속이 느려지면 강과 호수에 유입된 영양염류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축적되며 수온도 빠르게 올라가?때문이다.

여러 종류의 녹조 가운데 가장 해로운 것은 독성물질을 내뿜는 남조류다. 남조류에 포함된 마이크로시스틴은 간(肝) 독성물질로 발진이나 구토, 설사, 두통, 고열, 간 종양을 일으키며 삭시토신은 인체에 유입되면 감각을 둔화시키고 언어능력을 잃게 한다.

이 같은 독성물질은 대형 정수장의 고도정수처리 과정에서 대부분 걸러진다. 하지만 정수 처리 비용이 올라가고 소규모 정수장에서는 이를 완전히 제거하기 어려운 게 문제다. 게다가 녹조가 심해지면 물고기가 폐사하는 등 수생 생태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녹조 발생 지역에서 잡은 어류를 먹는 것도 위험하다. 이들 내장 등에 남조류 독소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녹조 시기별 대응 기술 개발

지금까지 개발된 녹조 저감기술은 30가지가 넘는다. 하지만 대부분 비용이 많이 들고 이미 녹조가 확산된 곳에서는 효과를 보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은 이 가운데 낮은 비용으로도 녹조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을 선별해 상용화에 나섰다. 2013년 4월부터 낙동강, 수원 서호 등지에서 다양한 테스트를 거쳐 녹조 저감효과를 확인했다.

녹조가 대량 번식한 지역에서는 녹조 저감 시스템을 적용한 선박을 활용할 수 있다. 녹조가 발생하면 흔히 하천에 황토를 뿌린다. 황토에 녹조를 흡착해 제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황토와 녹조 모두 물속에서 마이너스(-) 극성을 가져 잘 결합하지 않는다.

이번에 개발한 선박은 첫 단계로 녹조와 잘 붙도록 황토를 이용한 응집제를 살포한다. 이후 기포를 발생시켜 응집?녹조를 물 위로 떠오르게 한다. 마지막으로 떠오른 녹조를 수거한다. 이상협 KIST 물자원순환연구단장은 “단순히 수초를 걷어내던 기존 선박과 달리 녹조 포자까지 제거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정수장 취수구 일대를 녹조 주의보 이하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원 서호에서 진행한 테스트에서는 미역류와 같이 하천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식물을 활용해 녹조 수준을 낮추는 효과를 거뒀다. 미역류가 녹조의 원인 물질인 인을 먹이로 삼는 데다 떠다니는 녹조까지 달라붙게 해 녹조를 줄이는 효과를 낸다.

인, 질소 등 녹조 원인물질이 하천에 유입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줄이기 위해 하수처리장용 초고도 인 처리 공정도 개발했다. 구리계열 물질을 표면에 부착한 흡착소재를 이용해 호수로 들어가는 하수의 인산염 농도를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

공동연구팀은 이달 중순 낙동강에서 녹조 제거 선박 등을 이용해 테스트에 나설 예정이다. 정부, 지자체 등과 협력해 관련 기술을 무료로 보급할 계획이다. 이 단장은 “녹조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자연현상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며 “녹조 발생 때 수돗물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정수장의 처리 비용을 낮추기 위해 취수장 중심의 녹조 대응 연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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